인생의 아이비리그를 견디는 사람들

9화. 상처는 ‘경계’를 새로 만든다

by 봄울

큰 상처를 지나고 나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경계를 만든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허용했던 말이
이제는 마음을 찌르고,
예전에는 쉽게 열렸던 문이
이제는 잘 열리지 않는다.


예전의 나는
거절을 어려워했고,
힘들어도 웃으며 버텼고,
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하든
다 이해하려 했다.


그런데 상처 이후의 나는
그렇게 살 수가 없다.

사람들은 말한다.


“너 요즘 너무 예민해진 거 아니야?”
“왜 이렇게 선을 긋는 거야?”
“예전엔 안 그랬잖아.”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내가 이상해진 걸까?
내가 너무 변한 걸까?”



하지만 진실은 전혀 다르다.

상처는 나를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호할 새로운 울타리를 세워준다.


그 울타리는
사람을 밀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한 것이다.


상처를 지나온 사람은 안다.
아무에게나 마음을 열다가는
그 모든 고통이 다시 반복된다는 사실을.

그래서 마음은 스스로 경계선을 만든다.


이 경계는
차가움이 아니라 지혜다.
예민함이 아니라 생존 본능이다.
닫힘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기술이다.


사람의 마음은
한번 크게 다치고 나면
더는 옛 방식으로 살 수 없다.
그래서 마음은 조심스럽게 묻는다.


“이 사람은 안전한가?”
“이 상황은 나를 해치지 않을까?”
“이 말은 나를 존중하고 있을까?”




이 질문들은
내가 약해져서 생긴 질문이 아니라,
내가 나를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상처는 나를 더 약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는 감각을 깨어나게 했다.

그러니 경계를 만든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 경계는
당신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했던 지혜다.


언젠가
당신은 자신이 만든 경계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아, 나는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우고 있었구나.”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경계는 더 이상 두려움의 벽이 아니라
존엄을 지키는 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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