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아이비리그를 견디는 사람들

10화. 경계를 세우면 세상도 달라 보인다

by 봄울

경계를 세우고 나면
사람은 처음으로
익숙하지 않은 감정을 마주한다.


‘조금… 안전한 것 같은 느낌.’


처음에는 그 감정이
어색하고 낯설다.

상처를 오래 겪은 사람에게
‘안전함’은 종종 두렵기 때문이다.


안전해지면 다시 무너질 것 같고,
마음을 놓으면 다시 상처받을 것 같아서
기쁨조차 조심스럽다.


그러나 아주 조용한 순간,
문득 이런 순간이 찾아온다.

누군가의 말이
예전처럼 크게 흔들어놓지 않는다.


어떤 상황이
예전처럼 겁을 주지 않는다.
감정이 올라와도
그것에 완전히 휩쓸리지 않는다.

그때 사람은 깨닫는다.


“아… 이게 나를 지키는 힘이구나.”




경계는

나를 세상에서 멀어지게 하는 벽이 아니라
세상을 다시 마주하기 위한 최소한의 문이다.


그 문이 생기고 나면
세상이 아주 조금 다르게 보인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나에게 향한 평가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그 표정이
그 사람의 마음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예전에는
상대의 말투 하나에
마음이 무너졌지만,
이제는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
단지 ‘그 사람의 언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경계를 세우면
세상을 피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분명하게, 더 선명하게 보게 된다.


무엇이 나를 해치고,
무엇이 나를 지지하며,
어떤 관계가 나를 소모시키고,
어떤 관계가 나를 회복시키는지
조금씩 감이 잡힌다.


그 감각이 바로
상처 이후 처음으로 찾아오는
내적 안정감이다.


이 안정감은
소리를 내지 않고 온다.
기적처럼 갑자기 오지도 않는다.


그저 어느 날
지하철 손잡이를 잡은 손이 덜 떨리고,
메시지 알림이 울릴 때
심장이 덜 뛰고,
낮은 목소리로
“괜찮아”라고 말하는 자신의 말을
스스로 믿게 된다.



경계를 세우는 일은
자존감을 크게 외치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을 살려두는 일이다.


그리고 당신은 지금
그 힘을 배워가고 있다.

안전해진 마음은
언젠가 다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되찾는다.


경계는 끝이 아니다.
경계는 회복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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