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기록을 멈추지 않는 이유
나는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이렇게 반응이 없는데
계속 글을 쓰는 게 맞을까?
내가 너무 밀어붙이고 있는 건 아닐까?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질문의 밑바닥에는
조급함과
잘 안되었을 때 느끼는 창피함이 있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지금의 상황은 너무 자연스럽다.
나는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글 하나 읽었다고 해서
“같이 해요”라고 손을 내밀 만큼
사람들은 순진하지 않다.
모두 각자의 본업이 있고,
각자의 부업이 있고,
각자의 삶으로 이미 충분히 바쁘다.
그리고 나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다.
그러니 아무도 다가오지 않는 게
어쩌면 지금으로서는
가장 정상적인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고 나니
조금 마음이 내려앉았다.
한편으로는
이런 질문도 따라왔다.
만약 누군가가 다가온다면,
그 사람의 의도는 정말 순수할까?
이 사람은 괜찮은 사람일까?
나는 그걸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그러다 깨달았다.
이건 서류로 검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시간으로 쌓아야 하는 신뢰의 문제라는 것을.
그래서
지금 당장 누군가가 나타나지 않는 이 시간이
오히려 나를 지켜주는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크리스마스가 온다.
12월은 응원키트를 팔기 좋은 시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어쩌면
2026년에도 시작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예전에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연재를
10화쯤 쓰고 멈춘 적이 있다.
상황이 진행되지 않으니
더 이상 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멈췄다고 해서
그때의 꿈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기회가 된다면
보은에 특수학교를 세우고 싶고,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는 일을 만들고 싶고,
새롭고, 신선하고, 즐겁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서
내가 사는 곳에도
풍요로움을 가져오는 일을 하고 싶다.
아직 시도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하고 싶었던 꿈 중 하나’로
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내가 이 마음을
차분히 기록해 둔다면,
시간이 흘러
내가 경제적인 여건을 갖추게 되어
혼자 시작할 수도 있고,
나보다 더 열정적인 누군가를 만나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시작할 수도 있고,
혹은 아주 훗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이 꿈을 이어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당장 결과가 없어도
기록을 멈추지 않기로 했다.
글은
지금의 나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을 남겨두는 일이니까.
오늘도 나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를
조용히 적어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