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아이비리그를 견디는 사람들

14화. 다시 드러난 나로, 오늘을 살아본다

by 봄울


회복은
깨닫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깨달음은 머무는 곳이 아니라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로 이어지는 출발점이다.

다시 드러난 나를 알아본 뒤,
사람은 아주 조심스럽게
일상으로 돌아온다.


예전처럼 살 수는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된 것도 아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오늘을 살아본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몸이 무겁다면
무리하지 않기로 선택한다.


해야 할 일이 많아도
모든 것을 다 해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누군가의 기대가
나를 짓누를 때
조금 늦게 답장하거나,
아예 답하지 않기로 한다.


이런 선택들은
겉으로 보기엔 아주 사소하다.
하지만 이 사소함 속에
이전과는 전혀 다른 태도가 숨어 있다.


“나는 나를 소모하지 않기로 했다.”


예전의 나는
사람들에게 이해받기 위해 살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더 애썼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늘 나를 줄였다.


하지만 다시 드러난 나는
문제가 없기를 바라는 대신
나를 잃지 않기를 선택한다.


이 변화는
사람을 더 차갑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진실하게 만든다.


억지로 웃지 않고,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 않고,
필요한 거리만큼 떨어져
필요한 만큼만 다가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주 조용한 깨달음이 찾아온다.


“이렇게 살아도,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구나.”


회복은
예전의 나를 복원하는 일이 아니다.
회복은
지금의 나에게 맞는 속도로
삶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오늘의 당신이
조금 덜 애썼다면,
조금 더 숨 쉬었다면,
조금 더 자신에게 솔직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당신은 지금
다시 드러난 나로
오늘을 살아보고 있다.


그 자체로
이미 아주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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