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회복은 관계를 다시 배열한다
예전에는
모든 관계를 붙잡고 있어야
내가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았고,
누군가 멀어지면
곧바로 나의 실패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이 관계는 나를 살리는가,
아니면 나를 소모시키는가?”
회복이 시작되면
관계는 자연스럽게 재배치된다.
자주 연락하던 사람이
조용히 멀어지기도 하고,
오래 연락이 없던 사람이
뜻밖의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이 변화는
누군가를 밀어내기 위한 선택이 아니다.
그저
내 마음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를
정확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상처 이전의 나는
관계에서 늘 ‘괜찮은 사람’이 되려 했다.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피고,
나의 불편함은 뒤로 미뤘다.
그러나 회복 이후의 나는
관계에서조차
나를 지우지 않기로 한다.
필요할 때는
“지금은 힘들어”라고 말하고,
감당할 수 없을 때는
한 발 물러선다.
이 선택은
관계를 망치지 않는다.
오히려
관계를 더 정확하게 만든다.
나를 존중하는 관계는
이 거리를 이해하고,
나를 소모시키는 관계는
이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흩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람은 깨닫게 된다.
관계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관계의 온도는 더 정확해진다는 것을.
회복은
사람을 외롭게 만들지 않는다.
회복은
사람을 덜 혼자이게 만든다.
비로소
나를 이해해주는 몇 사람과
나 자신 사이에
조용한 신뢰가 생긴다.
관계가 달라졌다면
그건 당신이 변덕스러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