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관계 안에서 생기는 새로운 안정감
예전의 관계가
늘 긴장과 확인 위에 서 있었다면,
지금의 관계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안정감이 흐른다.
이 안정감은
상대가 완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관계가 늘 평온해서도 아니다.
그 안정감의 정체는 단순하다.
나는 이 관계 안에서
나를 지켜도 된다는 감각.
이제는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피느라
내 마음을 뒤로 미루지 않는다.
불편함이 생기면
스스로에게 먼저 묻는다.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가?”
“지금의 나는 무엇이 필요한가?”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게 되면
관계는 더 이상
나를 시험하지 않는다.
새로운 안정감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함께 있어도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되고,
말이 없어도
불안하지 않고,
잠시 거리가 생겨도
관계가 무너질 것 같지 않다.
이 안정감은
상대가 나를 붙잡아줘서 생긴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놓지 않아서 생긴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관계가 흔들려도
내 중심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관계의 변화가
곧 나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아,
나는 이제 관계 안에서도
살아남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 되었구나.
이 안정감은
관계를 덜 소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관계를 더 오래 숨 쉬게 만든다.
나를 잃지 않는 사람은
상대를 붙잡지 않는다.
대신
함께 머무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관계 안에서 느끼는 이 새로운 안정감은
회복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신호다.
이제 나는
관계 속에서도
나로 남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