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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여름 Sep 10. 2024

결국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

서문. 서여름의 이야기



깊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이야기들과 현재의 모습, 카메라에 비친 말과 행동만으로도 그의 삶을 짐작할 수 있는 한 희극배우가 해운대 바다 한가운데서 말을 꺼낸다.


“아, 나는 한국의 가을이 너무 좋아. 이 하늘, 이 바다, 그리고 이 바람, 정말 행복하지 않니? 그런데 한국의 가을은 너무 짧아서 아쉬워. 그래도 난 한국의 가을을 정말 사랑해.”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그래 맞아, 9월의 해운대는 정말 아름다웠지. 나도 그때 그 바다를 잊을 수 없어. 정말 환상이었어. 그리고 그 생각이 지금의 나를 여기로 이끈다.


나는 지금 가을 하늘 아래 서 있다. 시원한 바람이 쉬지 않고 흐르고, 근심과 걱정은 저 멀리 사라져 있다. 현재의 내 마음을 온전히 느끼며, 이 하늘 아래에서 평온을 찾고 있다.


나는 지난 여름날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이 책은 온 힘을 다해 보냈던 나의 여름날에 관한 이야기다. 그 뜨거운 여름날이 결국 나를 이 가을 하늘 아래로 데려다주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그때의 생각과 선택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돌아보려 한다. 물론 어떤 기억은 사라졌을 것이고, 어떤 기억은 살갗에 박힌 가시처럼 남아있겠지만 말이다. 기억이란 늘 왜곡되기 마련이기에, 이 이야기는 어쩌면 생각의 오류나 왜곡된 마음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어떤 순간은 지나치게 미화되거나, 반대로 부정적으로 기억될 수 있다. 이러한 왜곡이 이야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름날의 내 모습을 적어 내려가고자 한다. 가을 하늘 아래 시원한 바람이 흐르는 지금 이곳에서, 어떠한 강렬한 감정 없이 주인공을 지켜보는 관람자의 입장으로 있다. 작은 연민을 담은 작가의 마음으로 적어 내려가고자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치열한 20대와 30대를 살아온 39세의 서여름이다. 뜨거운 여름날처럼 쉬이 식지 않는 열기를 안고 살았던 내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나는 서여름이 아니다. 또한 이 책을 본명으로 출간할 생각도 없다. 그것은 책 속에 어떤 부끄러움이 있어서가 아니라, 지금의 나 역시 시간이 흐르면 변하고 사라질 존재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때, 현재의 나와 책 속의 저자를 동일시하지 않길 바란다. 이미 책의 주인공은 지금의 내가 아니고, 책을 완성할 때쯤 나는 또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그 희극배우의 말처럼, 금방 지나가 버리는 한국의 가을처럼 내 삶의 가을도 그렇게 지나갈지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는 두려움보다는 온전한 평온을 느낀다. 생각의 바람이 머물지 않고 흐르며 또 다른 생각과 만나고, 잠시 엉켜 회오리를 치다가도 이내 사라져 버리는 그런 상태에 감사한다.


나의 하루, 한 주, 한 달이 늘 평온하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작은 일상에서 큰 스트레스를 느끼기도 했고, 밤잠을 설치며 불안에 시달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적인 평온을 찾기 위해 큰 부상을 겪었고, 혼란의 시간을 지나왔다. 그 시간은 한때 내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로부터 완전히 멀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시간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오히려 이 평온에 이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작품 소개:

결국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는 치열한 삶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온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이 책은 저자가 20대와 30대를 거쳐 40대에 이르기까지  겪어온 다양한 경험과 감정의 여정을 통해, 개인의 성장과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저자는 젊은 시절 방송 작가로 시작해 게임 시나리오 작가로의 전직, 그리고 결혼과 출산, 육아에 이르는 과정에서 겪은 크고 작은 도전과 좌절, 그리고 그로 인한 내적 성찰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특히, 저자는 경력과 가족, 개인적인 목표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찾고자 애쓰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진과 탈진, 그리고 극복의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다. 이 책은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다. 독자들은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 삶을 돌아보고, 현재의 위치에서 나아갈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저자가 자기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도 자기 삶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는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각자의 삶이 결국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를 스스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목차  

1. 작가라는 이름

2. 돈 벌며 배운다는 것  

3. 떠날 결심  

4. 전직  

5. 사수의 영역

6. 유생에서 성체로  

7. 어쨌든 독립  

8. 열리지 않는 천창

9. 동반 길  

10. 이상한 집 구하기  

11. 우리의 진짜 신혼

12. 그래도 난 여유보다 여름  

13. 단절 속 연결  

14. 네, 전 아니에요.

15. 불편한 게임

16. 다르게 살기  

17. 소진과 붕괴

18. At my worst

19. 손이 닿는 위치가 나의 위치,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기

20. Find Your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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