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받지 않는다

나의 어반 스케치 수업

by bona

매주 화요일마다 어반 스케치 수업을 듣는다. 어반 스케치 강좌를 선택한 이유로는 작년에 취미로 선택한 드럼 수업의 실패가 컸다.


첫 시간에 그린 그림(초등학교 이후 정말 오랜만에 그려본 스케치북)


야심 차게 드러머가 돼 보고자 드럼 강좌를 신청했지만 4번 정도 가고 가지 않았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에 걸려 결석했더니 앞의 수업을 따라가기 버거웠다. 분명 드럼 스틱을 처음 잡아 본 사람들도 수강할 수 있는 강좌로 알고 갔는데 수강생들은 예전에 드럼을 배운 적이 있는 완전 왕초보는 아닌 사람들이거나, 박자 감각이 좋아 금방 수업을 따라갈 있는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완전 생초보에, 박자 감각이 없는 내가 수업을 따라가기엔 수업이 벅찼다.


더욱더 힘들었던 점은 강사의 칭찬이었다. 몇 번의 연습을 통해 금방 응용까지 하는 다른 수강생들에게는 칭찬이 쏟아졌다. 강사는 수업 후반부에 한 명씩 돌아가며 오늘 배운 부분을 쳐보게 했는데 나는 항상 한 번에 되지 않았다. 특히 손과 발을 동시에 치는 게 어려워 버벅되기 일쑤였다. 집에 가려면 오늘 배운 부분을 꼭 검사받고 가야 하는데 나는 어버버 하다 보니 강사가 겨우 오케이를 해야 집에 갈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강사의 칭찬을 한 번도 받지 못했고 항상 나머지 하는 학생의 기분을 느꼈다.


한국 교육에서 항상 잘한다는 소리만 듣다가 내가 못한다는 이야기를 막상 들으니(실제 육성으로 듣지는 않고 몸소 느꼈지만) 스스로 느끼는 굴욕감이 상당했다. 취미로 시작한 드럼 수업에 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고, 잘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크니 결국 가지 않게 되었다. 연습하려고 사둔 연습용 드럼 패드는 고이 내 방에 여전히 남아있다.


작년의 실패를 발판 삼아 이번에는 스트레스를 덜 받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그림 그리기 강좌를 선택했다. 여러 강좌 중 특별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어반 스케치를 골랐다.


하지만 여기서도 칭찬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잘하시네요. 어디서 그림 좀 배우셨어요?"

수업 첫날부터 다른 수강생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선생님의 말을 건너 들으니 여기도 내가 있을 곳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에게 돼 내었다. "나는 칭찬받으려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2시간 동안 딴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그림에 집중하는 순간이 좋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중요하지 않다." 이런 마음가짐 덕분인지 3월부터 현재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업에 참석하고 있다. 물론 잘한다는 칭찬은 여전히 듣기 힘들지만.


영국 옥스퍼드 여행에서 발견한 문구. "예술의 목적은 우리의 영혼에서 일상의 먼지를 씻어내는 것이다."

예전에 대학원 수업에서 수영선수 출신의 체육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선생님은 생활체육 중심의 유럽과 달리 한국은 엘리트 중심의 체육교육을 한다는 점을 비판하였다. 본인도 그 엘리트 체육교육의 희생자라고 말하면서. 한국에서 예체능을 하면 꼭 재능이 있어야 하고, 선수가 돼야 하고, 대학에 진학해 전공을 해야 하고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자고로 '잘' 해야 한다. 그래서 유럽처럼 치과의사이면서 축구 심판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본업을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공으로 밥 벌어먹지 않는다면 일찌감치 예체능은 공부를 위해 양보해야 하는 분야가 돼버렸다.


그 결과 칭찬받지 않으면 마음이 석연찮고 괜히 하기 싫어진다. 취미로 머리를 식히려고 한 그림 그리기까지 타인의 인정을 바라는 장이 돼버리니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수업을 갈 때마다 나는 결심한다.


나는 칭찬받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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