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을 처음 봤을 때 징그럽다고 생각했다. 고집스럽게 반복적으로 점을 그리는 이유가 뭐지?! 그러다 그녀에 관한 그래픽 노블을 읽고 반복된 점들이 그녀를 괴롭게 만드는 것으로부터 구원해 주는 기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호박을 보면 자동적으로 무한한 점부터 보이니깐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노란 호박이 섬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 그전에는 시코쿠 가가와현의 다카마쓰란 곳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사누끼 우동의 본 고장이란 것도. 짧은 휴가로 인해 유럽이나 미국을 가기엔 비행기를 타고 오기 바빴고, 마침 엔화가 저렴해 가볍게 갔다 오기엔 일본이 최적이었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은 7월의 푹푹 찌다 못해 익혀지는 일본의 더위지만 뭐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해 버렸다. (하지만 일본의 여름을 무시한 건 정말 안일한 생각이었다. 일본여행은 겨울에 하자고 다짐만 58,000번 한 듯.)
도쿄, 교토, 오사카, 후쿠오카 등은 다 가봤고 왠지 안 가본 곳을 찾다가 다카마쓰를 우연히 발견했다. 이번 여행의 콘셉트는 ' 미술관과 건축물 기행'. 처음 시작은 쿠사마 야요이로 비롯됐지만, 여행의 끝으로 갈수록 안도 다다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기행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