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매표소 앞으로 가면 베네세 하우스 미술관으로 가는 셔틀버스(무료)가 있다. 버스에서 내려 먼저 이우환 미술관을 들렀다.
지중 미술관 매표소
이우환 미술관
언덕을 따라 내려가면 거대한 기둥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그 옆에 커다란 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이우환 미술관 역시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이우환 작가의 작품은 철학적인 면이 강했다. 미술관 외관에서 본 것처럼 대부분의 작품이 점, 선, 면을 활용해 단순하지만 본질을 표현한 것이 많았다. 작품에 여백에 있어서 생각할 여지가 많았다.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미로를 지나면 입구가 보인다
이우환 미술관에서도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파란색의 점들이 진했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미해지고 다시 진해지는 모습을나타낸 <점으로부터(1975)>이다. '윤회'하는 인간의 삶을명멸하는 점으로 표현한 점이 인상 깊었다.
'침묵의 방'이란 공간에는 거대한 직사각형 철판이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고, 그 앞에 돌이 놓여있다. 벽, 철판, 돌덩이 모두 검고, 방 안도 어두컴컴하지만 돌덩이에만 조명이 비친다. 아무 생각 없이 한 곳을 응시하고 있으면 멍해지고 절로 명상이 되는 방이다. 도파민 중독 시대에 잡념이 사라지게 만드는 침묵의 방이절실하다.
마지막으로 '그림자 방'에는 돌로 만든 비석이 있고, 비석의 그림자에 영상이 비친다. 돌은 그대로 있지만 그림자의 영상은 계속 바뀐다. '나'라는 본질은 그대로인데 생각이 계속 바뀌거나, 자연은 그대로인데 그 안에 살고 있는 인간의 삶이 계속 바뀌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의 나는 그림자일 뿐일까. 돌은 계속 나를 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