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호박이 어디 있는지 몰라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한 줄로 길게 서 있는 곳이 바로 호박이 있는 곳이다. 다들 너도 나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어서 나도 그들 뒤로 살포시 가서 대기하고 있었다.
영롱한 호박
도저히 호박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곳에 작품이 있으니 생뚱맞기도 하고, 그곳이 특별해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호박을 갖다 놓을 생각을 하다니. 한 컷, 아니 여러 컷을 찍고 버스를 타러 갔다.
안도 뮤지엄과 7개의 빈 집을 예술 작품으로 바꾼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Art House Project)를 보기 위해선 버스(100엔)를 타고 혼무라로 가야 한다. 오르막길이 많아 걸어가긴에 무리다.
버스 정류장 앞에 있던 문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안도 뮤지엄을 보고 가야지 싶어서 들렀다.안도 뮤지엄은 100년 된 목조 가옥을 개조해 안도 다다오가 직접 내부를 설계하고 디자인했다. 외관은 기와지붕과 나무 프레임으로 목조 가옥의 전형을 보이지만 내부는 안도의 상징인 노출 콘크리트로 되어 있다. 그래서 내부가 상당히 시원하다.
안에는 안도의 작품 사진과 스케치, 설계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지하로 내려가면 완전 깜깜한 방과비밀의 공간이 나온다. 오래된 집을 개조해서 그런지 내부가 좁았다. 뮤지엄은 안도가설계한 건물 사진과 나오시마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 위주로 전시돼 있어 후루룩 15분 남짓이면 다 볼 수 있다. 시간이 없는 여행자는 건너뛰어도 좋을 곳이다.
안도 뮤지엄
안도 뮤지엄을 휘리릭 보고 혼무라 골목을 걸었다. 7개의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 집에 들어가려면 통합 입장권을 구매해야 하지만 날씨도 덥고 더 이상 걷기도 지쳐서 곧장 버스를 타고 페리 타는 곳으로 내려왔다.
Hello! Here is Naoshima.
사요나라 나오시마
5시에 페리를 타고 6시에 다카마쓰항에 도착했다. 저녁으로 역 앞에 있는 '메리켄야 다카마쓰 역전점'에서 소유우동(360엔)을 먹었다.
메리켄야 사누끼 우동
소유를 조금씩 넣어서 먹는다
소유우동은 짭조름하면서 라임향 덕에 상큼한 맛이 났다. 면발은 역시 탱글탱글. 아무것도 넣지 않고 면만 먹어도 맛있었다. 진정한 맛집은 밥만 먹어도 맛있다지.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역 앞 김밥천국 같은 곳인데 이 정도 퀄리티의 면발과 맛이라니.
중앙상점가를 통해 숙소로 가던 중 디저트 가게에 들렀다. 내가 주문한 '구운 자색 고구마 with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 위에 가는 자색 고구마 실을 얹어준다. 실의 두께는 무려 1mm로 엄청 가늘다. 아이스크림 안에 고구마 소가 들어있고, 위에 뿌려진 자색 고구마 실 토핑을 같이 먹으면 시원하고 달짝지근한 고구마 완전체가 된다. 식감은 극세사처럼 부드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