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로나 학번이었다. 대학원을 갓 입학한 2020년부터 코로나19가 발발했다. 어쩔 수 없이 전면 온라인 강의로 수업이 진행됐다. 대학원 면접을 보러 캠퍼스에 간 이후로 4학기가 지나는 2년 동안 캠퍼스를 한 번도 밟지 못했다. 대학원 3년 차인 5학기 때부터 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참고로 내가 다닌 대학원은 6학기에 졸업한다.) 입학하자마자 교수님과 모니터로만 대면하고 동기들과 선후배를 만날 기회는 카톡방 이외에는 전무했다. 하지만 나는 온라인 원격수업이 좋았다. 오히려 코로나19 시기에 대학원을 다닌 것이 행운으로 여겼다. 그 이유는 바로 효율적인 시간활용과 비용 절감 때문이다.
제발 논문 완성하도록 도와주세요! 대학원 기숙사에서 올려다 본 밤하늘.
첫째,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에서 편안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방학에만 진행되는 계절제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각각 2주 동안 오롯이 대학원에 시간을 바쳐야 했다. 코로나19 초반에는 밖에 나가기도 불안하고 아직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출근하는 것 이외에는 오롯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방학에 여행을 다니는 것도 언감생심. 그래서 방학 때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8시간 수업 동안 꼬박 수업을 듣는 동안 오히려 행복했다. 무료했던 거리 두기를 집에서 편안하게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대학원 수업 때문에 여행도 못 가고, 코로나 때문에 밖에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니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어서 다행으로 여겼다.
둘째, 온라인 원격 수업으로 인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절감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 대학원은 차로 2시간 30분이 걸린다. 오고 가는 시간과 기름값 플러스 대학원에서 2주 동안 지내며 기숙사비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식사비, 커피값, 기타 문화생활 등등도 포함. 대면 수업을 하면 아침에 샤워하고, 화장하고, 옷도 멀끔히 차려입고 나가야 하지만 9시 온라인 수업이면 8시 30분에 일어나 세수하고 아침 먹고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면 준비 완료이다. 옷도 상의만 멀끔히 차려입으면 준비 끝. 꾸밈 노동의 시간이 절감된 만큼 수면 시간이 늘어나서 좋았다. (이래서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 그렇게 열광하나.) 과제를 할 때에도 줌(zoom)을 끄고 바로 그 자리에 앉아서 자료를 찾아볼 수 있고, 쉬는 시간에 침대에 누워서 쉴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대학원 석사의 큰 수확은 바로 효율적인 시간 관리이다. 대학원 입학할 때부터 석사 논문을 꼭 쓰고 졸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수업을 들으면서도 항상 논문 주제는 뭘로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논문도 써야 하지만 수업마다 과제가 많다 보니 학기 중 일을 하면서도 과제 준비를 병행했다. 한동안 퇴근하면 카페에 가서 과제를 위해 책, 논문을 읽는 날이 많아졌다. 또 한창 논문을 쓰던 2022년에는 평일에 퇴근하자마자 카페에 출석하고, 주말마다 집이나 카페에서 논문 작업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취미생활, 친구 만나기 등은 모두 일시정지를 해 놓고 오롯이 논문 쓰기에 집중했다. 일을 하면서 논문을 쓰는 것은 역시나 쉽지 않았고, 더군나마 생기부를 써야 하는 11월, 12월에는 초과근무를 하는 날도 많았다.
논문을 쓰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떻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할지 나름의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학교 일과 논문 쓰기 두 가지로 양분하고 생기부도 학교에서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쪼개 가면서 썼다. 논문 막바지 작업을 하는 올해 1월에는 대학원 기숙사와 호텔 방 안에 틀어박혀서 식사 시간과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논문을 쓰는데 할애했다. 이렇게 하나의 목표에 집중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대학원 석사 공부를 하면서 만족한 점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점도 많았지만 가장 큰 수확은 바로 효율적으로 시간관리를 하기 위해 궁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전에는 퇴근하면 힘들어서 침대에 누워 유튜브 영상 보기 바빴다. 하지만 집중해서 이뤄야 할 목표가 생기니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 평소 나의 생활 습관을 돌아보고 낭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 것부터가 바로 석사의 쓸모라고 생각한다.
올해 2월 대학원을 졸업하고 3월부터 매여있는 것이 없이 홀가분하게 지내다 보니 시간이 많이 남아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힘들게 살다가 퇴근하고 여유 부릴 수 있는 시간이 생기니 어떻게 남는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나름의 무낭비 시간 활용법을 실천 중이다. 시간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점이 바로 석사 학위가 내게 가르쳐준 가장 큰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