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헬스하는구나

하룻강아지 운동일기

by bona

2023년 한 해 가장 잘한 일 중에 하나는 바로 헬스를 시작한 것이다. 매년 신년계획에 운동을 적어 놓지만 어디 직장인이 운동하기 쉬운가 정당화하며 퇴근하면 침대에 누워 유튜브 보기에 바빴다. 그동안의 와식생활을 청산하고 더 이상 이래선 안 되겠다고 운동을 선택한 이유는 약한 체력과 무기력함 때문이었다.


우선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고, 일을 할 때 최대한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직장에서 휴식 시간을 거의 갖지 않는다. (동료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시간 낭비로 여기는 극효율형 인간이다.) 모든 에너지를 일터에서 소모하고 난 후 퇴근하면 무언가를 더 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나마 손가락 근력은 남아 있으니 휴대폰 스크롤 하거나 책을 읽는 것에 저녁 시간을 보냈다.


약한 체력보다 더 강한 동기가 됐던 것은 바로 무기력함이다. 일도 이제 손에 익고, 업무의 프로세스가 동일하다 보니 금세 매너리즘에 빠졌다. 일이 더 이상 재밌지도 않고 같은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무기력하고 잡생각이 많아져 무언가 몰두할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찾은 답은 바로 '운동'.


어떤 운동을 해 볼까나. 예전에 배운 요가나 필라테스는 할 때는 좋았지만 그렇게 큰 운동 효과는 느껴지지 않았다. 책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30일 5분 달리기>를 읽고 달리기를 해볼까나 시도해 봤지만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금세 밖이 너무 더워서, 추워서 등 핑계를 대고 나가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찾은 운동이 '헬스'이다. 한 번도 헬스를 배운 적도 없고 헬스장에 가본 적도 없었지만.


운동하는 기초적인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모든 일은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근육을 어떻게 쓰는지, 힘을 어디에 줘야 하는지,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코치가 필요했다. 동네 헬스장 문 앞을 여러 군데 기웃거렸지만 근육질의 PT강사에게 상담을 받는 것조차 심리적 진입장벽이 컸다.


그때 시에서 그룹 PT 수업이 공공 체육관에서 한다는 것을 듣고 얼른 신청했다. 월, 수, 금 18:30-19:30 타임. 퇴근하자마자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바로 체육관에 갈 수 있도록 가장 빠른 저녁 시간 수업을 택했다. 침대에 누울 새도 없이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삶은 계란 1개와 쿠키 1개를 먹고 가면 여유 있게 체육관에 도착한다.


매 수업마다 다른 루틴들이 있고 4세트를 반복하면 수업이 끝난다. 첫날에는 팔 벌려 뛰기를 하는 것조차 숨을 헉헉 거리며 겨우 했는데 이제는 50개 정도는 쉬지 않고 가볍게 뛸 수 있다. PT선생님이 자세를 바로 잡아주며 힘을 어디에 줘야 하는지 따라 하다 보면 금세 땀이 뚝뚝 떨어진다. 그러다 보면 잡념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고 내 옆의 백발이 성성한 신사분이 동작을 거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젊은 나의 저질 체력을 반성하며 인생의 권태와 무기력은 사치일 뿐이라 여긴다.


이제는 운동을 하고 그다음 날 근육통이 없으면 내가 자세를 나쁘게 했나 의구심이 든다. 아직도 스쿼트랑 런지를 동작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노력하는 중이다. 확실한 것은 체력과 활력이 예전보다 늘었다. 플랭크 10초도 어림없었는데 이제는 30초까지 가능하다. 관심의 무게가 일보다 운동에 조금씩 기울다 보니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견딜만하다.


이래서 사람들이 운동, 운동하는구나.

아직 운동 하룻강아지이지만 잘하고 싶다. 탄탄한 몸과 정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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