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상망측한 해명에 뒷목 잡는 건 피해자
조심히, 담배 냄새 맡지 않고, 하루를 멀쩡히 잘 버티기. 도전했던 공모전은 간신히 분량에 맞춰서 냈을 뿐이었다. 글을 쓰는 것보다 하루 종일 알레르기와 관련된 것들만 또 집착하듯 찾았다. 내 머릿속엔 이 생각으로 팽배했다. 담배 때문에 더 이상 내 건강에 이상이 생기게 두지 않겠다고.
조금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은 엄마와 반려견과 산책을 나가는 거였다. 낮에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한산한 시간에 반려견이 총총거리며 걷는 걸 보는 것이 내 유일한 취미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걸으면서도 나는 혹시라도 흡연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좌우전방을 살펴야만 했다. 저녁에는 거의 나갈 수가 없었다. 거리에는 흡연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밖에 나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인데 구직이나 아르바이트조차 꿈꿀 수가 없었다. 이런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참 가엽기도 하였다.
“엄마,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나아질 거야.”
“이미 이렇게 되었는데 어떻게 나아져. 치료가 어렵다는데.”
내가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었다면, 어떻게든 개선해보려고 애쓰겠지만, 담배 냄새가 내게 오는 걸 막아낼 방법 같은 건 없었다. 그 점이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두려움에 빠트렸다.
“아빠가 담배 끊기로 약속을 했잖아.”
“엄마는 그 말을 믿어?”
솔직히 나는 믿음이 가질 않았다. 실내 흡연이 적발이 되었을 1월부터 테이프로 막힌 방에서 흡연을 했지만 우겼던 과정들이 있질 않은가. 그때도 언제나 담배를 끊고 있다고 했고, 믿어달라고 했다. 아빠는 늘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서 의심을 만들어냈고 도무지 믿음이 가질 않았다.
“아빠가 믿지 못할 행동을 많이 했지.”
“그니까.”
“근데 아빠잖아. 아빠니까 이번에는 꼭 담배 끊을 거야. 자식이 아픈데 어떤 부모가 모른 척 할 수가 있겠어.”
엄마는 네가 나아질 수 있게 힘써주겠다고 했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그 속에서 나 역시 믿고 싶은 게 있었다. 아빠가 자식인 나를 생각할 것이다. 아빠도 부성애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그것이 행동으로 증명이 되길 나야말로 간절히 바랐다.
담배 알레르기라고 말했던 며칠 동안 아빠에게 담배 냄새가 나질 않았다. 엄마는 ‘이거 봐, 아빠도 너를 생각하고 있어’라고 했다. 나는 의심을 내려두지 못했지만 아빠에게 약간 고마웠고 조금 안심했다. 팽팽하게 긴장했던 의심을 약간 누그러트렸다.
어느 날 아빠가 퇴근을 했을 때 인사를 하려고 방에서 나왔는데 순간 내 몸이 굳었다. 방심하다가 담배 냄새를 맡게 된 것이다. 내 코에 담배 냄새가 침입하자 나는 기함을 하며 코를 막았다.
“담배 피고 왔어?”
“아니.”
“담배 냄새가 풀풀 나는데?”
“집으로 오는데 담배 피는 사람 곁에 스쳐 지나왔어.”
진한 스킨십을 하거나 몸을 부빈 것도 아니고, 모르는 사람과 단 몇 초 동안 스쳤는데 온 몸에 담배 냄새로 도배가 된다는 게? 말이 되냐며 항변을 해도 아빠는 자리를 떠나버렸다. 제대로 따져 묻고 싶어도 눈길도 주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아,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인가.
차라리 내가 흡연자였다면! 하루에 몇 갑씩 흡연하는 골초라서 담배 알레르기가 걸렸더라면! 내 선택이니까 기꺼이 이 모든 걸 겸허하게 받아드렸을 텐데!
남이 내뿜은 연기로 인해 이런 몹쓸 병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타격이 심한데, 계속 흡연 속에 노출이 된 환경에 놓이게 된 것이다. 자꾸 몸에 이상이 생기니 정신도 피폐해졌다. 치료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되고 희망이 낮다고 판단되면 무력해진다. 그럼에도 나는 살고 싶었고, 우리 가족이 행복해지길 원했다. 그렇기에 담배를 끊지 못하는 아빠를 금연하게 만들려 설득했다.
알레르기라는 게 진짜 무서운 거라고, 호흡을 하지 못하면 죽는 거라고, 이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아빠도 지금 건강이 심각하니까 반드시 담배 끊어야 된다고, 피를 토하듯 설명을 하였지만 그럴 때마다 아빠는 또 다시 자릴 떠났다. 안 그래도 금연을 하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거였다. 답답하고 속은 터지고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이 모든 시발점은 다 아빠의 비밀스러운 실내 흡연 때문이었다. 이유 없이 나의 건강이 무너진 것도, 그걸 알았어도 계속 우기다가 정신적 충격을 준 것도, 내 신체가 담배 냄새를 맡으면 거부 증상이 생길 정도로 알레르기에 걸린 것도.
기본 예의와 에티켓을 쌈 싸 드신 건 내가 아닌데, 왜인지 나는 당하는 위치가 되었고, 신체적인 고통은 오로지 내 몫이 되었다. 맹수들이 들끓는 초원 한가운데 놓인 사슴 같았다. 언제 죽을지 몰라 풀숲에서 숨을 죽이며 자다가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는 한 마리의 가련한 초식 동물, 그게 나였다.
그저 아빠가 금연을 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아빠가 퇴근하면 나는 얼른 튀어가 현관 앞에 나섰다. 담배 냄새를 맡기 위해서였다. 아빠의 흡연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이래 죽나 저래 죽나, 아빠가 흡연을 하면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각오를 해야만 했다. 아빠가 들어오면 따라붙어서 냄새를 맡았고, 아빠가 벗은 옷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지 점검하기 시작했다.
“어? 담배 냄새 난다! 담배 폈어?”
“아니.”
“옷에서도 나잖아. 들어올 때도 담배 냄새 났잖아.”
“담배를 안 폈다니까!”
아빠가 우기자 나는 엄마를 호출했다. 엄마에게 아빠의 옷의 냄새를 맡아보라고 했다. 엄마 역시 담배 냄새가 난다고 했다. 하지만 아빠는 분명히 담배 냄새가 난다고 말한 우리 모녀에게 이런 주장을 펼쳤다.
“오랫동안 흡연해서 이래! 담배 진이 몸에서 빠져서 땀으로 배출되어 옷에서도 담배 냄새가 베인 거라고!”
진(津): 풀이나 나무의 껍질 따위에서 분비되는 끈끈한 물질. 김이나 연기 또는 눅눅한 기운이 서려서 생기는 끈끈한 물질. (네이버 한자사전 참조)
아버지께선 소나무이신지요? 소나무에서 송진이 나오는 건 아는데, 사람의 몸에서 담배 진이 배출이 된다는 건, 저의 얄팍한 지식으로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그 말이 진짜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애써 삼켰다. 나는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들은 적이 없다고 피력했지만 또 입을 딱 다물고 자리를 피했다. 본인 감정에 거슬리는 언행을 하면 아빠는 대화를 거부했다. 그러니 대화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구조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니까 악의 고리가 순환하게 된 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담배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하고, 엄마는 제발 자식을 생각해서 독하게 금연하라고 부탁하고, 아빠는 아닌데 왜 생사람 잡느냐 난리를 쳤다.
담배로 인해 집안이 그야말로 개꼴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