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내가 문제인가?

담배란 굴레 속에 빠지다

by 윤본아


머리가 터지게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혹시 내가 잘못했던 부분이 뭐가 있던가. 열심히 기억을 되짚었지만 단 하나도 없었다. 이 납득되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되는 것인가. 시간이 갈수록 명료해지는 게 아니라 흐릿한 안개 속에서 길을 헤매는 기분이었다.


분명 담배 때문인데, 아니라고 하니까. 내가 정말 담배 냄새를 잘못 맡았던 걸까. 환청이나 환각 같은 증세처럼 후각도 이상이 생길 수 있나. 후각 상실도 아니고 담배 냄새를 착각할 수가 있냐고.


진짜 내가 예민한 거야?

아빠의 주장은 계속 하나였다. 1월 말에만 실내 흡연을 했고, 2월과 3월에는 절대 집안에서 흡연이 한 적이 없다고 이러니 내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같이 느껴졌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내가 볼 땐 아빠가 실내 흡연을 한 게 맞는데, 억울하다고 하고, 근데 몸에 이상이 생기는 상황이 자꾸만 발생한다. 30대에 담배 때문에 이게 뭔 날벼락이람. 매일 같이 담배를 폈나 안 폈나 사투를 벌이는 이 상황이 기가 막혔다.


내가 이상한 건지, 아빠가 이상한 건지, 아니면 둘 다 이상한 건지, 오랫동안 혼란과 혼선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나? 담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정신적인 부분으로 인해서 이런 건가? 스스로에게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내 직감을 믿기로 했다. 비록 어떤 전문적인 기술로 증명하지 못하는 환경이지만 분명히 담배 때문이었다.


아빠가 안방 문을 열어 놓고 잤던 그 이틀, 짧은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내 몸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고 그건 오직 나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오직 내 신체이기에 나만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내 신체가 담배 연기 때문에 건강이 악화된다는 걸 남에게 보여줄 길이 없다.


아빠에게 계속 설명을 해도 화만 낼 뿐이었다. 차라리 담배 냄새로 인해 표면적인 이상 징후가 보이면 믿어주지 않을까. 혀가 뻣뻣해지며 마비되는 증상도, 고막이 터질 듯이 아픈 것도,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는 것도, 목이 턱 막혀 오는 것도.


모두 다 신체 내부에서 발생이 되는 것이니까.


내 알레르기 반응에 대해 무심한 아빠가 답답했다. 아니, 태도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솔직한 심경으로는 너무 원망스러웠다. 멀쩡했던 나를 알레르기란 병을 생기게 만든 건 아빠였다. 계속 아니라고 하지만 3월에 테이프로 다 막혀 있는 방에서만 흡연하지 않았다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책임을 질 거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본인의 실내 흡연은 단 한 차례밖에 인정하고 나머지는 아니라는 사람하고 대화 자체는 성립될 수가 없었다.


화를 내봐야 에너지 소비는 나만 하는 꼴이 되는 게 아닌가. 어쨌든 일은 터졌다. 나는 이제 담배 알레르기가 생긴 것이다. 원망해봐야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지 않은가. 최대한 알레르기와 공존하는 걸 택해야만 했다. 그런데 아빠는 계속 담배를 피면서 거짓말로 상황을 무마하려고 하니까. 이 부분이 나를 미치게 하는 지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당장 독립을 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마냥 아빠랑 싸울 수만은 없지 않은가. 물론 상식적으로 이해 안가는 아빠의 행동이 한 가득이었지만 나는 극복해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아빠의 심기를 최대한 건들지 않으면서 내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방법을 찾았다.


“아빠. 담배 끊기 힘들면 당장 안 끊어도 돼.”


48년 동안 흡연을 했으니 얼마나 끊기가 힘들까. 아빠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기로 했다. 아빠도 금연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아서 속이 타지 않을까. 그런데 자꾸만 담배를 피는 걸 걸려서 가장으로서 면목이 없어서 우기는 거겠지. 사실은 누구보다 아빠가 금연을 바라고 있을 지도 모르잖아.


“금연은 천천히 하는데, 집안에서는 절대 피지 말고, 밖에서 담배 폈으면 저녁에 전화를 해주든가 아니면 카톡이라도 남겨줘.”

피해자이지만 애걸하는 쪽을 택했다. 흡연 여부라도 알려주면 내가 방안에라도 피신이라도 할 테니 그렇게라도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피해를 당하면서도 흡연자에게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데 참 치욕스럽기도 하였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래야만 하는가. 애꿎게 담배 연기를 강제로 흡연 당하다가 이렇게 되었는데 내가 왜 눈치를 봐야 되는가.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더 이상 갈등이 생기는 건, 정신적으로도 너무 지치기 때문에, 내 쪽에서 감정을 컨트롤할 수밖에 없었다.


“아, 진짜……. 담배 끊었다는데 왜 이래.”

정색하며 아빠는 나를 경멸하듯 노려봤다. 움찔하는 나를 보던 눈길을 거두고 아빠는 자리를 박차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반박도 하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엄마는 따라 들어가서 호소해도 아빠는 ‘아니라는데, 왜 자꾸 이래’라는 큰소리가 들렸다.


안방에서 나온 엄마도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뻔히 보이는 거짓말. 억울한 것 같은 아빠의 태도. 묘하게 어긋나며 일치되지 않는 일들이 내게 불안하게 다가왔다. 마음 속 깊숙이 죄책감이 밀려 들어왔다. 집안에서 담배 냄새를 맡은 것도, 담배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긴 것도 다 내 탓인 것 같았다.


담배 연기를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담배라는 굴레 속에서 나는 벗어날 수가 없게 되는 이 현실이 막막했다.


그저 담배 연기로부터 자유롭고 싶을 뿐이었다.



가슴이 아프고 참담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여객기 참사로 희생 당하신 모든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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