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란 굴레 속에 빠지다
머리가 터지게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혹시 내가 잘못했던 부분이 뭐가 있던가. 열심히 기억을 되짚었지만 단 하나도 없었다. 이 납득되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되는 것인가. 시간이 갈수록 명료해지는 게 아니라 흐릿한 안개 속에서 길을 헤매는 기분이었다.
진짜 내가 예민한 거야?
아빠의 주장은 계속 하나였다. 1월 말에만 실내 흡연을 했고, 2월과 3월에는 절대 집안에서 흡연이 한 적이 없다고 이러니 내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같이 느껴졌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내가 볼 땐 아빠가 실내 흡연을 한 게 맞는데, 억울하다고 하고, 근데 몸에 이상이 생기는 상황이 자꾸만 발생한다. 30대에 담배 때문에 이게 뭔 날벼락이람. 매일 같이 담배를 폈나 안 폈나 사투를 벌이는 이 상황이 기가 막혔다.
정말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나? 담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정신적인 부분으로 인해서 이런 건가? 스스로에게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내 직감을 믿기로 했다. 비록 어떤 전문적인 기술로 증명하지 못하는 환경이지만 분명히 담배 때문이었다.
아빠가 안방 문을 열어 놓고 잤던 그 이틀, 짧은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내 몸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고 그건 오직 나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오직 내 신체이기에 나만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내 신체가 담배 연기 때문에 건강이 악화된다는 걸 남에게 보여줄 길이 없다.
아빠에게 계속 설명을 해도 화만 낼 뿐이었다. 차라리 담배 냄새로 인해 표면적인 이상 징후가 보이면 믿어주지 않을까. 혀가 뻣뻣해지며 마비되는 증상도, 고막이 터질 듯이 아픈 것도,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는 것도, 목이 턱 막혀 오는 것도.
모두 다 신체 내부에서 발생이 되는 것이니까.
내 알레르기 반응에 대해 무심한 아빠가 답답했다. 아니, 태도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솔직한 심경으로는 너무 원망스러웠다. 멀쩡했던 나를 알레르기란 병을 생기게 만든 건 아빠였다. 계속 아니라고 하지만 3월에 테이프로 다 막혀 있는 방에서만 흡연하지 않았다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책임을 질 거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본인의 실내 흡연은 단 한 차례밖에 인정하고 나머지는 아니라는 사람하고 대화 자체는 성립될 수가 없었다.
화를 내봐야 에너지 소비는 나만 하는 꼴이 되는 게 아닌가. 어쨌든 일은 터졌다. 나는 이제 담배 알레르기가 생긴 것이다. 원망해봐야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지 않은가. 최대한 알레르기와 공존하는 걸 택해야만 했다. 그런데 아빠는 계속 담배를 피면서 거짓말로 상황을 무마하려고 하니까. 이 부분이 나를 미치게 하는 지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당장 독립을 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마냥 아빠랑 싸울 수만은 없지 않은가. 물론 상식적으로 이해 안가는 아빠의 행동이 한 가득이었지만 나는 극복해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아빠의 심기를 최대한 건들지 않으면서 내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방법을 찾았다.
“아빠. 담배 끊기 힘들면 당장 안 끊어도 돼.”
“금연은 천천히 하는데, 집안에서는 절대 피지 말고, 밖에서 담배 폈으면 저녁에 전화를 해주든가 아니면 카톡이라도 남겨줘.”
피해자이지만 애걸하는 쪽을 택했다. 흡연 여부라도 알려주면 내가 방안에라도 피신이라도 할 테니 그렇게라도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피해를 당하면서도 흡연자에게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데 참 치욕스럽기도 하였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래야만 하는가. 애꿎게 담배 연기를 강제로 흡연 당하다가 이렇게 되었는데 내가 왜 눈치를 봐야 되는가.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더 이상 갈등이 생기는 건, 정신적으로도 너무 지치기 때문에, 내 쪽에서 감정을 컨트롤할 수밖에 없었다.
“아, 진짜……. 담배 끊었다는데 왜 이래.”
정색하며 아빠는 나를 경멸하듯 노려봤다. 움찔하는 나를 보던 눈길을 거두고 아빠는 자리를 박차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반박도 하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엄마는 따라 들어가서 호소해도 아빠는 ‘아니라는데, 왜 자꾸 이래’라는 큰소리가 들렸다.
안방에서 나온 엄마도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뻔히 보이는 거짓말. 억울한 것 같은 아빠의 태도. 묘하게 어긋나며 일치되지 않는 일들이 내게 불안하게 다가왔다. 마음 속 깊숙이 죄책감이 밀려 들어왔다. 집안에서 담배 냄새를 맡은 것도, 담배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긴 것도 다 내 탓인 것 같았다.
그저 담배 연기로부터 자유롭고 싶을 뿐이었다.
가슴이 아프고 참담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여객기 참사로 희생 당하신 모든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