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이번에는 향수세요?

담배 냄새를 향수로 덮으려는 수작질

by 윤본아


하루하루가 의미 없고 무료하게 흘렀다. 예기치 않게 담배 알레르기가 생긴 후에 나는 꿈을 향했던 발걸음도 멈춰버렸다. 집밖을 나가는 게 이제는 어려운 발걸음이 되었다. 정말이지 세상 밖이 내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한 일이 되어 버렸다. 절대 내 몸에 반응이 생기지 못하도록 하자. 담배 연기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나는 고군분투하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밖에 나가는 것도 스스로 제한시켜야 했다. 대중교통은 엄두조차 나지 않았기에 친구와 지인들도 만날 수가 없었다. 내 상태가 이러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친구와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다.


내 삶이 뒤틀어지니 우울감이 깊어졌다. 앞으로 담배 연기를 피하며 스스로를 은둔시키며 살아야 될 운명이라 생각하니 상실감이 커져갔다. 탑에 갇힌 공간이 모든 세상이 되어 버린 라푼젤이 된 것 같았다.


이건 내가 원했던 삶이 아니다. 나는 그저 행복하길 원했다. 내가 하는 것들을 차츰 이루어 나가며 세상에 내 존재가 가치가 있다는 걸 노력하며 살아가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겨 버린 것일까.

아빠 때문이야, 집안에서만 안 폈어도…….


내 인생 힘들게 만든 원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원망이 솟구칠 때, 오히려 내가 놀라서 그 감정을 지워내고 부정했다. 참 우습지 않은가. 병을 준 아빠를 어떻게든 이해해보려는 구실을 찾는다는 거 자체가 어이가 없으면서도 이런 내가 가여웠다.


왜 담배 때문에 내가 불행해야 해? 질문을 무차별적으로 스스로에게 던졌다. 생각하고 또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명료하게 돌아오는 답 따위는 없었다. 절망이 덮쳐오고 남은 건 불행뿐이었다. 근데 사람이란 게 생존 본능이란 게 있지 않나. 불행할수록 더 행복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살고 싶다, 나도 잘 살고 있다. 비록 알레르기지만 내 인생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오직 나를 위해서였다. 내가 나로서 당당하게 존재하고 싶으니까. 팔삭둥이로 태어났지만 나는 생존했다. 어느 날 갑자기 몸이 무너졌지만 나는 원인을 알아냈다. 그러니 나는 할 수 있다고.


우선 작은 것부터 차츰차츰 시도해보기로 했다. 알레르기 환자이지만 하나씩 부딪쳐 세상 밖으로 다시 나가보기로 한 것이다. 무섭긴 하지만 낮에 산책을 조금씩 다녔다. 담배 냄새가 나더라도 피하지 않았다. 걱정을 했는데 큰 이상은 생기지 않았다. 어라? 생각보다 알레르기 증상이 심하지 않은가? 몇 번 확인했지만 밖에서 잠깐 맡는 담배 냄새는 괜찮았다. 이 정도라면 희망이 보였다. 알레르기를 완전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완화시킬 수는 있겠다. 이렇게 노력을 해나간다면 알레르기 증상이 나아질 거야.


나비 효과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저 너머 편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잖아.


내 작은 행동이 미래에는 기적을 불러일으킬지도 몰라.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멈춰있던 내 삶에 조금씩 숨을 불어넣으려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친구나 지인을 만나긴 힘들었기에, 가까운 곳부터 도전해보기로 했고, 그 시작점이 바로 성당 미사에 참여하는 거였다. 기도를 하며 마음이라도 다 잡고 싶었다. 초월적인 존재에게 기대며, 내게 뭔가 방법이라도 알려주지 않을까 싶은 심정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미사 참석은 참 쉽지 않은 선택이기도 하였다. 이 군중들 사이에 흡연자가 분명 있겠지. 고민을 하다가 흡연자가 가장 적을 것 같은 시간에 미사를 보기로 했다. 그것이 오후 4시 어린이 미사였다. 어린이들은 흡연하지 않을 것이고 어른들도 많지 않을 테니까.


어린이 미사라 의자가 빼곡하게 차지 않았다. 최대한 남성들이 있는 자리는 피했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흡연율이 높기도 하고, 또 중년 남성들은 아빠처럼 흡연 가능성이 있을 수 있기에 될 수 있으면 피하려 했던 것이다.


미사가 끝나고 나오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어떤 증상이 올라오지는 않았다. 그것 자체가 내겐 엄청난 기쁨으로 다가왔다. 이건 담배 알레르기가 나아질 수 있단 징조 아니겠는가. 당분간 어린이 미사를 가기로 했다. 조금 괜찮아지면 사람이 북적이지 않은 저녁 미사에도 참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무 다행이다, 이렇게라도 미사를 갈 수 있어서.”


엄마는 엄청 감격스러워 하며 들떠했다. 그 동안 나는 담배 알레르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하기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저 송장처럼 지내던 딸이 기도를 하기 위해 성당을 나가려고 하는 그 모습이 감동스러웠던 것 같다.


“산책도 다니고, 이렇게 미사도 하잖아.”


조마간 나아질 것 같다고 엄마는 웃었다. 나도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조금은 나아질 내일을 작게나마 소망하였다. 그렇게 엄마와 함께 소소한 대화를 나누면서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당시 토요일에는 아빠는 휴일이었다. 우리가 왔다고 말하는데 집에서 향수 냄새가 엄청나게 진동을 했다.


거의 난사를 한 것처럼 뿌려댄 게 묘하게 수상했다. 나는 허겁지겁 각 베란다부터 살폈다. 우리 집 베란다는 부엌 쪽에 하나, 그리고 안방 옆방의 문과 연결된 베란다가 있었다. 부엌 쪽은 냄새가 나지 않았고, 안방 옆방 문 쪽의 베란다를 확인했다. 향수 냄새가 진동하며 동시에 알싸하게 담배 냄새가 풍겼다. 코를 막고 기겁을 하면서 소파에 앉아 있는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담배 폈어?”

“아니.”

“여기서 향수 냄새가 엄청 나는데? 담배 냄새도 나잖아!”


또 몸에서 반응이 일어났다. 아빠는 TV보고 있는데 무슨 담배를 피냐면서 불같이 화를 냈다. 나는 왜 베란다에서 향수 냄새가 심하게 나는지 따졌다. 본인이 씻고 안방에서 엄청 뿌려서 베란다에 향수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웃긴 건 아빠 몸에서는 향수 냄새가 나지 않았고, 안방도 향수 냄새가 심하게 나지 않았으며, 유독 그 베란다에서 향수 냄새가 진동하는 거였다. 그렇다는 건 의도적으로 베란다에다 향수를 난사하듯 뿌려댔다는 거 아닌가.


담배 냄새를 감추기 위해 향수로 덮으려 한 것이다.


담배 알레르기 걸린 딸을 위해 금연이 아니라 실내 흡연을 들키지 않으려 향수를 난사하는 아빠를 도대체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나.


내가 살려고 할수록 아빠는 어떻게든 방해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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