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고 하는데 기어코 하는 기이한 행동
아빠의 향수 애용은 아주 오래 되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줄곧 사용해왔다. 흡연을 하니까 옷에 담배 냄새가 배었다. 그걸 없애기 위해 아빠는 몸뿐만이 아니라 입고 있는 옷에도 엄청나게 향수를 뿌렸다. 아마도 담배 냄새를 가리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향수를 뿌린다고 담배 냄새가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이것들이 조합되어 이상한 냄새가 났다. 특히 여름에는 사람의 몸에서 땀이 배출되면 곁으로 가는 게 고역일 정도였다.
어후! 냄새 이상해서 아빠한테 가기도 싫어! 내 속마음은 사실 이랬다. 이러면 상처 받을 수도 있고 아빠 아닌가. 최대한 좋게 돌려서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향수 냄새가 진하니까 조금만 뿌리라고 돌려서 소심한 타박을 하고는 했다. 물론 아빠는 알겠다고 하면서 늘 향수를 많이 뿌려댔다. 그런 아빠였기에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이다. 아빠는 담배 냄새를 향수로 덮으려고 하는 그 수법을 말이다.
“향수 뿌리고 들어왔어?”
“아니.”
“향수 냄새가 엄청 나잖아.”
“내가 왜 밖에서 향수를 뿌리는데?”
아빠는 굳이 자신이 그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향수 냄새가 나는 건 출근하기 전에 뿌리고 나간 것이 여전히 지속되어서 그렇다는 주장이었다.
“왜 방금 뿌린 것처럼 향이 나는데?”
음, 그렇구나? 넘어갈 내가 아니었다. 담배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수로 덮어버리는 그 전술을 모를 줄 알고?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정도를 구별을 못 하겠는가. 겨울 잠바였고 그 겉옷에 향수가 마르지 않아서 촉촉한 게 느껴지는데 모를 수가 있나.
“여기 옷에서 향기가 진동을 하잖아? 안 그래?”
아빠의 소싯적 향수 취향은 진하고 묵직한 거였다. 그러나 60대가 되면서는 취향이 바뀌어 톡 쏘면서 꽃향기가 나는 걸로 갈아탔다. 그렇기에 집안으로 들어올 때 그 냄새가 확 튀어서 코에 뭔가 쏘이는 것처럼 맡아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라니까, 아니라고.”
아빠는 또 아니라고 우겼지만 혀가 저릿해왔다. 안방으로 들어가 벗어놓은 아빠의 잠바를 얼굴에 파묻고 그대로 숨을 들이마셨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담배 핀 거라도 확인을 해서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될 것 같았다. 코로는 갓 뿌린 향수 냄새 속에서 미묘하게 풍기는 쾌쾌한 담배 냄새가 났다.
“여기! 담배 냄새 나잖아! 나잖아!”
내가 따지자 아빠는 본인의 잠바를 가져다 냄새를 맡았다. 그러면서 향수 냄새 밖에 안 나는데 무슨 냄새가 나냐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답답한 마음에 나는 엄마에게도 잠바의 냄새를 맡아보기를 권유했다. 그런데 엄마는 난간한 표정을 짓더니 향수 냄새가 너무 진해서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나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참담하게 소리쳤다.
“아니야! 진짜 냄새 난다고! 담배 냄새!”
내가 후각이 남들보다 발달되어 있는 편이었다. 물론 이 세상 모든 냄새의 분자를 파악해서 맡을 수 있는 초월적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본능적으로 빠르게 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20대 중반이었을 때다. 동생 s가 친구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맞이해 주었고 방으로 들어가는 동생에게 담배 냄새가 났다. 그땐 겨울이었고 동생이 잠바를 벗어 옷걸이에 두었다. 나는 동생에게 ‘너 혹시 담배 피냐?’라고 물으며, 동시에 동생 잠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주머니에서는 담뱃갑이 나왔고 동생은 무안해하다가 그렇다고 했다. 물론 S는 이후에 담배를 완전하게 끊었다.
어쨌거나 내 후각 감지 시스템에 담배 냄새가 스캔되었다. 무엇보다 혀가 저릿하면서 몸에 반응이 생길 걸 보면 확신할 수 있었다.
“봐봐. 알레르기 반응 올라온다고! 담배 폈으면 미리 연락을 해달라고 했잖아! 이렇게 잔뜩 향수를 뿌려서 감추려고 하면 어떻게 하냐고!”
“그니까, 아빠는 억울한 거잖아. 근데 나는 아빠가 향수를 뿌리는 게 담배를 펴서 그런 것 같아서 그런 건데, 답은 하나네. 아빠가 금연하고 있다고 하니까 담배 냄새가 몸에서 안 날 거고, 그럼 향수 안 뿌려도 되는 거잖아. 안 그래?”
안 뿌리면 되잖아! 아빠는 잔뜩 짜증을 내며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또 다시 집안은 얼음장처럼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마음은 좋지 않았지만 향수 냄새는 나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삼일도 되지 않아 또 향수 냄새가 났다.
자식이 죽을 수도 있다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인가?
아무리 담배 끊기 힘들어도 아픈 자식 앞에서 이게 할 짓인가?
공감능력이 낮아도 상식 수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적어도 담배를 끊을 수 없다면 신뢰가 갈 만한 행동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오히려 피해 받는 내 쪽에서 온갖 방법을 제시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빠는 무조건 담배를 끊었는데 왜 이러냐고 나의 제안을 다 무시했다.
담배 냄새가 풀풀 나는데 담배를 끊었다며 억울하다고 펄펄 뛰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 것일까. 금연한다고 하면서 밖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향수를 야무지게 뿌리고 들어오는 그 수상한 행동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 것일까.
흡연을 한 것 같은 정황만 있을 뿐이었다. 심증은 있는데 관련된 물증이 없으니까 나 역시도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하루하루가 피가 마르는 것 같았고, 그럴수록 나는 아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멈추기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 밖에서 향수 뿌렸어? 담배 냄새도 나네?”
“아니라니까.”
“담배 안 피니까 향수 안 뿌리겠다고 했잖아.”
“그냥 뿌린 거야.”
“그니까, 담배 안 피니까 향수 안 뿌린다고 했는데, 왜 또 뿌렸냐고.”
“내 손으로 향수도 못 뿌려?”
하지 말라고 할수록 아빠의 행동은 반대되었다. 청개구리처럼 굴었고 대화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하루가 허다하게 이런 일들이 속출했다. 이제는 담배뿐만이 아니라 향수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했다. 자꾸만 내게 위험 요소가 하나씩 추가되었다.
계속 담배 때문에 이런 갈등이 일어나는 게 못내 답답했다. 왜 이런 일로 내 인생이 좀을 먹어서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는지 미칠 지경이었다.
안 부딪치고 싶은데 내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만약 몸에 이상 반응이 생기지 않았다면 나 역시도 그냥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피해의 몫은 나였다. 계속 아빠의 외출복의 냄새를 맡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새벽에 갑자기 과호흡 증상이 찾아왔다.
갑자기 어지러우면서 호흡이 가빠지며, 숨을 쉬는 게 힘들어진 것이다.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간신히 복도를 기어서 다급하게 바닥을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에 엄마는 잠에서 깨 방에서 나왔다. 고통에 뒹굴면서 숨을 쉬지 못하는 나를 보고 엄마는 놀라서 왜 그러냐고 소리쳤다. 내가 거칠게 숨을 쉬자 엄마는 어쩔 줄을 몰라 했고, 우선은 내 상체를 일으켜 벽에 기대게 했다.
숨을 쉬려고 노력하며, 엄마에게 봉투를 갖다 달라고 말했다. 이전에 과호흡이 올 시에 봉투에서 호흡을 하면 된다고 TV에서 본 게 생각이 났다.
엄마가 급하게 부엌으로 달려가 검은 봉투를 가지고 왔다. 나는 봉투를 잡고 천천히 숨을 쉬었고 간신히 호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엄마는 괜찮은지 물었고 나는 상기된 얼굴로 고갤 끄덕였다. 엄마는 다행이라고 안심했고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