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아버지가 다쳐서 미안해

결코 흡연에 대한 사과가 아니었다

by 윤본아


향수를 모두 정리 후에 아빠의 행동이 달라졌다. 또 다시 침묵을 하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 묘하게 집안 분위기를 무겁게 압박하고 있었다. 잘못이 전혀 없는데 이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2022년 1월 말에 실내 흡연을 걸리고, 2022년 2월 2일에 담배 냄새가 났고, 2022년 3월 9일에 테이프가 막힌 방에서 담배 냄새가 났다. 하지만 아빠는 2022년 1월에 흡연만 인정을 하고 나머지 제시한 날들은 다 부인을 해왔다. 또한, 실내 흡연 한 차례 이후 밖에서도 금연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실외에서 엄청난 양의 향수를 뿌려오고 미세하게 담배 냄새가 나는 그런 수상한 행동들이 포착되었다. 그럼에도 본인이 계속 억울해하고 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나의 하루는 아빠의 기행에 대한 답을 내리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생각했지만 내 머리로는 도무지 아빠의 사고방식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건강이 갑자기 무너졌고 그 원인이 실내 흡연이란 걸 깨달았다. 그저 건강이 좋지 않으니 집안에서 흡연을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을 뿐이다. 실내 흡연을 하지 않는 건 아파트 내에 정해진 규칙이기도 하다.


나는 당연한 것을 그저 요청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집안이 사단이 나면서 집안 분위기는 그야말로 난리가 난 것이다. 무엇보다 아빠의 건강도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폐 섬유화 증상은 약물 치료가 안 되니까 무조건 금연을 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의시가 말하지 않았나. 숨어서 흡연하고 아니라고 우길 간단한 일이 아니지 않나. 본인을 위해서도 하지 말아야할 행동이었다.


무엇보다 함께 사는 가족 구성원이 담배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 조심해줘야 하는 것도 기본 상식 아닌가. 왜 계속 반응이 올라오는 상황에 노출시켜놓고 본인은 절대 흡연한 게 아니라고 우기는 건 뭔가. 옷에 담배 냄새가 배어 있는데 금연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억울하다고 외치는 아빠를 내가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 것일까.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며 믿음을 호소하는 격 아닌가. 그렇게 3달이 넘게 흡연 문제로 인한 갈등이 쉽게 봉합이 되지 않았다.


도대체 아빠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분명 내가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오롯이 겪는데, 마치 내가 아빠에게 피해를 주는 것처럼 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진짜 내가 이상한 걸까? 담배 냄새를 잘못 맡았던 건가? 아빠가 맞는데 억울한 누명을 쓰게 하는 건가? 해결되지 않은 답에 머릿속에 꼬리처럼 맴돌았다. 답답한 마음에 엄마는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

엄마도 내가 예민하다고 생각해? 예민해서 이러는 것 같다고 생각해?


어릴 적부터 예민하단 말을 귀에 딱지 얹을 정도로 듣고 살았다. 쟤는 툭하면 우는 예민한 애라고, 친가 쪽 사람들이 그런 말을 많이 했다. 팔삭둥이에 울보에 예민한 아이. 그게 나였지만 미래에 어른이 된 나는 조금은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금은 울보지만 훗날 멋진 어른이 되면 되지. 내가 문제인 것 같아서 이것저것 달라질 수 있도록 부단히 애썼다.


자기 계발서도 보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려 연습했다. 그것이 하루아침에 성적표처럼 딱 보이지 않았지만 꾸준하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금씩 변화하려 해나갔다. 하지만 실내 흡연 문제가 터지고 또 집안에 예민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마치 내가 문제를 일으킨 것처럼 상황이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휴, 집에서 폈지. 본인 다리가 저리니까 저렇게 행동하지. 떳떳하면 뭣하러 저러겠어. 안 그래?”

다행히 엄마도 나를 믿어주는 것 같았다. 그 부분이 이 답답한 상황에서 아주 작게나마 위안이 되었다.

“아니, 뻔히 보이는 거짓말인데 왜 저렇게까지 우겨대는 거야. 누가 봐도 수상한 행동을 해놓고는 결백하다고 하면 다냐고.”


사람이 결백을 호소할 땐 믿을 수 있는 부분을 어필하지 않는가. 그런데 거의 대놓고 담배 냄새가 나는데 억울하다고 하면서 단식 투쟁에 묵언 수행까지 하고 있었다. 모순되게 행동을 하니까 내가 틀린 게 아니라 생각하면서도 설마 틀렸을까 하는 혼동까지 왔다. 답이 없는 숙제를 완성시켜야 하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집안 분위기는 안 좋아지고 내가 하고자 하는 목표와 계획은 뒷전으로 물러나 있었다.


아빠는 여전히 집안에서 침묵을 유지했다. 이럴수록 나는 내 행동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입증하고 싶었다. 그저 실내 흡연을 몸이 안 좋아지는 걸 막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저 건강하게 살고 싶었고 아빠 역시 건강을 지키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빠는 도무지 내 말을 듣지 않고 무작정 무언의 항변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해결은 되지 않고 마음이 무거워질 뿐이었다.




2022년 4월이 되었다. 부녀간의 냉전은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에 평소와 다름없이 나는 일어나서 방문을 닫았다. 그런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고 내가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갑작스레 문이 열리니 나도 모르고 숨을 참았다. 아빠가 담배를 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경계를 하며 보는데 아빠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가 손을 다쳤는데, 심려를 끼쳐서 미안해.”


그제야 나는 아빠의 손가락을 봤다. 네 번째 손가락에 붕대가 매어져 있었고, 다친 걸 몰랐기에 당황을 했다. 그 말만 하고 아빠는 다시 방을 나갔다.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싶어 순간 정지가 되었다. 참으로 기괴하고 이상한 사과가 아닐 수가 없지 않은가.


다친 걸 방금 전에 알았다. 근데 내가 손을 다친 것 때문에 네 마음에 심려를 끼치게 해서 미안하단 말이 도대체 뭐지?


사과의 맥락과 방향성이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만약 내게 사과를 하고 싶었다면, 흡연 문제로 인해 네 마음을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아빠는 내게 전혀 몰랐던 정보를 주며 이상한 사과를 했다. 핵심이 빠져 있는 괴상한 사과에 한 동안 넋을 잃고 혼란에 빠졌다.


사과를 받고도 기분이 묘하게 나쁜 건 처음이었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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