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꼬리표같은 단어, 예민해
니코틴 검사 키트는 소변, 혈액, 타액 등을 이용해 체내에 존재하는 니코틴 및 코니틴을 검출할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시약 반응으로 담배 관련 성분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가 있으며 음성 또는 양성으로 나타나게 된다. 찾아보니 니코틴 검사 키트는 소변이나 타액 또는 혈액 이렇게 3가지로 검사할 수 있게 구성이 되어 있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소변을 통한 검사이며 사용이 간편하고 보다 빠르게 결과를 알 수 있다는 게 강점이었다.
무엇보다 가격적인 부분이 덜 부담스러웠다. 흡연 측정기보다는 훨씬 저렴했고 하나씩 낱개 포장이 되어 필요할 때마다 개봉해 사용할 수 있는 편리성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흡연 측정기는 알코올 측정기처럼 생겼다. 왠지 단속하는 느낌이라 아빠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는데 키트는 크기가 작아 반감이 덜 할 것 같았다. 또 다시 돌파구를 찾았다는 희열감도 잠시였고 박탈감이 밀려 들어왔다.
왜 이딴 생산성 없는 짓거리를 하고 있는가? 더구나 담배 한 모금 입으로 빨아드리지 않는 비흡연자인데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습득해야 하는가? 금연을 하지 못하는 심리까지 찾아보면서 어떻게 하면 담배를 끊을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하나?
금연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쪽은 아빠였다. 내 알레르기 반응을 떠나서 아빠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니 위기이지 않나. 얼른 현실을 인정하고 자각해서 금연을 결심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설령 담배 끊기가 어렵더라도, 실패해도 또 다시 금연을 시작하고, 그러한 시도를 계속해야 하는 어떠한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내가 보기에 아빠는 현실을 제대로 꿰뚫어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담배 끊는다고 그저 말로만 호소할 뿐이었다. 그러면서 왜 자기를 믿어주지 않냐고 하면서 뒤에서 몰래 흡연을 하고 있었다. 바로 눈앞에서 들켜도 네가 본 것이 잘못된 거라면서 아빠는 화를 내고 억울한 것처럼 단식투쟁을 했다. 이러한 행동은 아빠뿐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들에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옳은 방향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빠는 계속해서 잘못된 행동을 바꾸지 않고 지속시키고 있었다.
참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 가장 심각하게 받아드려야 할 아빠는 여유롭고 흡연도 하지 않는 내가 금연에 몰입되어 이것저것 찾아보는 것이 말이다. 솔직히 억지로 이해하려고 해도 머릿속으로 아빠의 행동을 받아드리기가 힘들었다.
첫 번째, 아빠는 왜 같은 행동을 되풀이 하는가. 사람이 한 두 번은 실수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이 부분은 잘못되었고 당신의 행동 때문에 힘들다고 말을 했다. 그 부분에 대해 사과를 했다면 잘못된 부분은 시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아빠는 어김없이 보름이 넘으면 또 흡연과 관련해 문제를 일으켰다.
두 번째, 아빠는 가족에게 진짜 미안한가. 2022년 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흡연과 관련된 문제가 전혀 해결이 되고 있지 않았다. 거의 1년이 넘게 같은 자리에 맴돌고 있었고, 아빠의 약속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았다. 설령 금연을 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노력을 하는 모습이 보여야 하지 않나. 술을 마시면 담배가 생각나니 함께 끊어보겠다던가, 보건소를 가서 상담을 해보겠다던가, 금연을 할 수 있는 자료나 영상을 찾아보는 등. 어떻게 해서든 담배를 끊어보겠다는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다. 만약 가족들이 본인의 행동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다면 죄책감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들어야 하지 않나. 하지만 아빠는 잠깐 우리에게 미안한 티를 내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기는 것을 선택했다.
세 번째. 아빠는 자식인 나를 생각하는 걸까. 내가 담배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아빠의 실내 흡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내 몸이 담배 관련된 성분을 거부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아빠도 내게 어떠한 책임 의식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쨌든 본인의 행동으로 인해 병을 얻게 되었다면 최대한 자식에게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야 하는 게 맞지 않나. 하지만 아빠는 오히려 왜 네가 이제 와서 그런 이상한 병에 걸린 건지 모르겠다며 나를 질책하는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렇기에 나는 아빠의 진짜 속마음이 뭔가 헷갈렸고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이 세 가지가 언제나 골치 아픈 숙제였다. 풀어내려고 끙끙거릴수록 답과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서 아득하게 느껴졌다. 알레르기 반응이 올라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어떻게든 아빠의 모순된 행동을 이해해보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다. 하지만 답은 내 것이 아니었고 언제나 찝찝한 의문이 내게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그럼에도 가족을 위해 좀 더 참아보기로 했다. 아빠가 지금 담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 사리분별을 하는 것이 어렵고 감정적이어서 그렇다. 언젠가는 내 마음을 알고 고마워할 날이 올 거니 더 버텨보자고.
일부 실내 흡연을 시인한 것도 있었고, 손가락에 금이 생겼을 때도 죄의식을 느끼는 것도 같았고, 반성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았나.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많지만 머리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금연을 못 해서 생긴 행동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그러니까 내가 힘들더라도 아빠가 금연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강한 책임 의식도 자리 잡혔다.
내가 어떻게든 금연을 할 수 있게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겠다. 그것이 나와 아빠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머리를 쥐어짜서 찾은 해결책이 바로 니코틴 검사 키트였다. 아빠는 본인이 금연을 하고 있다고 주장을 하고, 담배 냄새를 맡은 내 신체에는 이상이 생겨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지 않는가. 만약 아빠가 흡연을 하지 않는다면 그 억울함을 니코틴 검사 키트가 증명해줄 것이다. 음성 반응을 보면 내 눈으로 직접 아빠의 말이 신빙성이 있다는 걸 마주하니 안심이 되지 않을까.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었다. 모두가 괜찮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자 왠지 모르게 묘한 뿌듯함이 밀려 들어왔다. 엄청난 발견을 한 발명가처럼 쫄랑쫄랑 가벼운 발걸음으로 곧장 엄마에게 달려가 이 기쁜 소식을 알렸다.
“엄마. 엄마. 이런 게 있더라고.”
흡연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 나는 엄마에게 니코틴 검사 키트에 대해서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엄마는 잠자코 다 듣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주문을 했다. 해야 하는 게 있으면 그때 바로 실천을 하는 빠른 행동력을 가지고 있는 엄마의 덕을 보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구매한 니코틴 검사 키트는 검사지에 소변 또는 타액을 묻혀서 검사하는 제품이었다. 소변을 받아서 스포이드를 이용해 검사지에 묻히거나 입안에 검사지를 물고 있으면 되는 거였다. 담배 성분이 검출이 되지 않는 음성이면 C와 T라고 적혀 있는 글자에 두 줄이 나오고, 담배 성분이 검출이 되는 양성이면 C에만 한 줄이 나오게 된다.
내 기억으로는 이때 키트가 대중적이지 않은 제품이었다. 코로나가 2019년 12월부터 시작했고, 백신이 보급되며 접종이 되던 시기가 2021년쯤이었던 것 같은데, 아직 코로나 키트가 판매되는 게 활성화되기 전이었다.
“너는 어떻게 이런 걸 다 생각해냈어?”
엄마가 신통한 방법이라면서 흡족해했다. 흡연 여부도 집에서 판별할 정도로 세상이 좋아졌다며 웃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나의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져 왔다. 내 말을 듣고 니코틴 검사 키트를 구매해준 엄마가 고마웠지만, 한편으로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염려스럽기도 했다.
인생을 살면서 눈치를 보며 항상 신경이 쓰였던 부분. 짧은 시간에 많은 고민을 하다가 목에서 간지러웠던 말을 뱉었다.
엄마도 내가 예민해서 이런다고 생각해?
실내 흡연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나는 계속해서 나의 예민함을 곱씹었고, 혹시 나의 예민함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예민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나는 여전히 예민하니까.
피해를 받고 있는 와중에도 내 예민함이 죄책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