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이거다! 니코틴 검사 키트!

담배 지옥에서 나를 구원해줄 동아줄

by 윤본아


도대체 왜 담배를 끊지 못하는 걸까. 상황이 최악인데도 담배만은 절대 놓지 못하는 아빠가 이해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식인 내가 담배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데 자중이 되지 않을 정도인가.



미안해서 거짓말을 하는 건가?

자식을 아프게 하는 것이 상당히 죄책감이 드는 부분이기에 막무가내로 우긴다?


그것은 굉장히 비약적이고 이상한 논리 아닌가. 미안하고 죄책감이 든다면 인정을 하고 사과를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그런 후 잘못된 행동에 대해 시정을 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 아닌가. 나는 흡연자가 아니다 보니 그 부분이 납득이 안 갔다.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 특징에 대해 찾아봤다. 그랬더니 신체적 증상과 심리적 증상 때문에 금연에 실패할 수도 있단 내용이 있었다.


흡연을 하면 뇌에 니코틴이 흡수되는 시간은 7초 정도 된다고 한다. 이 짧은 시간에 니코틴은 뇌에 도파민이란 호르몬이 활성화된다. 하지만 이 지속 시간은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금연을 하게 되면 니코틴 부족으로 인해서 현기증이 나거나 매스껍거나 이런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흡연을 지속하는 건 심리적인 부분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음이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흡연을 하게 된 사람들은 이러한 루틴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되면 자연스럽게 담배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아빠가 바로 그런 케이스 아닌가. 뭔가 마음이 복잡하거나 심신이 어지러우면 아빠는 먼저 담배부터 뽑아들었다. 이런 아빠를 이해하기 위해 담배 알레르기가 걸렸음에도 나는 부단히 모든 것을 품어보고자 부단히 애를 썼다.


내 상태가 심각해도 아빠가 스트레스를 받아 흡연을 할까봐 내 모든 에너지를 다 여기에다가 쏟아 부었다. 물론 나도 나지만, 아빠 건강이 나빠지는 것도 염려스러웠던 것이다. 가족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아야 좋지 않은가. 그 하나를 위해 나는 아빠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눈치를 봐가며 아빠의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한 것이다.


휴, 이 정도면 되었겠지 이렇게 안심할 때 문제가 터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할 때 아빠의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났다. 이러니 내 입장에선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정말 불시에 도적에게 습격을 당한 기분이라고 표현하면 되려나. 그 정신적 충격은 상당했고 시간은 늘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여과 없이 문제가 터졌다.


스트레스는 항상 여기서 발생했다. 내가 피해를 입어서 ‘담배 냄새가 나는데?’라고 물어만 봐도, 아빠는 ‘아니라니까’이라고 정색하며 또 입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답답한 부분은 흡연에 대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그 상황을 계속 끌고 가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를 받은 나를 심리적으로 지치게 만든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알레르기 증상이 올라와서 힘든데, 아빠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하니까, 도무지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나는 늘 시한폭탄을 안고 이게 언제 터질까 조마조마한 상태로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 이렇게 살 수만은 없어. '

오랜 생각 끝에 이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 시간이 길어지면 이러다가 내가 정신을 높고 미친 여자가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알레르기 증상이 심하면 사망까지 이른다고 하지 않나. 이것은 내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자폭 행위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니 나만 인내심을 발휘하여 참는다고 해결이 되는 사안이 아니란 판단이 내려졌다.


이 상황을 타파할 궁극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했다. 사실 아빠가 강력한 의지로 금연을 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은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아주 낮았기에 아빠를 온전히 믿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영원히 산다는 건 너무 끔찍하고 아찔했다. 담배의 그늘 속에서 영원히 불행하게 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담배 때문에 고통을 받지 않을 아주 특별한 묘수가 필요했다.


떠올려야 해. 생각해 내야만 해. 나는 담배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고 열심히 서치를 하기 시작했다.


담배, 니코틴, 흡연, 알레르기. 집요하게 담배와 관련된 것들을 검색했다. 머릿속엔 오직 한 가지 생각으로 팽배했다. 무조건 아빠의 금연이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아빠 스스로 담배를 끊겠다고 생각을 할 것인가.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미친 듯이 생각했다.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흡연자인 아빠는 전혀 끊을 생각이 없고, 비흡연자인 내가 오히려 아빠의 금연에 집착하고 있는 게 말이 되는 거냐고.


문득 실소도 나오고 어이도 없어 박탈감도 느껴졌다. 이게 무슨 시간 낭비냐. 글도 못 쓰고 그렇다고 내가 담배로 논문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내 모든 시간을 갈아서 아빠가 금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참으로 한심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본인 건강 본인이 챙겨야 하고, 자식이 담배 때문에 아프면, 어떻게든 책임지고 끊어보려고 하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보여야 하는 게 아닌가.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어쩌겠는가. 말을 해도 거짓말만 일삼기만 하는 아빠와 도무지 소통 자체가 되지 않았다.


아, 흡연을 하고 있다는 걸 입증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좋을 텐데……. 딱 흡연한다는 증거가 될 만한 게 필요한데…….


술을 알코올을 측정하는 기계가 있지 않은가. 후 불면 기계에 알코올 수치가 딱 나오는데 왜 담배는 그런 기계가 없는 거지?


그래! 이거다! 나는 얼른 흡연 측정기를 검색했다. 그랬더니 실제로 있기는 있었다. 처음 아는 사실이었다. 이런 것도 있었다니.


설레는 마음으로 봤다가 시무룩해질 수밖에 없었다. 흡연 측정기 가격이 내가 소비하기에는 다소 가격대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설령 내가 이것을 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걸 슥 아빠에게 내밀면 반감이 생겨서 또 사이가 어그러질 수도 있었다.


흡연을 적발해도, 담배가 떨어져 있어도, 완강하게 흡연 사실을 부인한 아빠였는데, 순순하게 측정기를 불어줄까 하는 의문이었다. 실망하여 그냥 멍하니 이것저것 검색을 하다가 문득 어떤 걸 클릭하고 내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니코틴을 감별해주는 키트?”


찾았다! 담배 지옥으로부터 구원해줄 내 생명의 동아줄!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것처럼 나는 한껏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헛짓만 한 게 아닌 게 증명되는 수확의 순간이었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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