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로 인해 학습된 공포
아빠는 건강이 회복되고 있었다. 방도 원래 안방으로 원상 복귀가 되었다. 손가락이 다쳐 금이 간 게 아무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다쳤는데 불편한 생활을 하면 손가락이 붙는데 지장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뼈를 붙게 하는 주사가 독한 거라고 의사가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엄마는 슬쩍 걱정을 내비쳤다. 몸도 아프고 주사도 독한데 잠이라도 편하게 잘 자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에 동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사람이 다쳤고, 그 사람이 나의 아빠이므로, 최대한 나을 수 있게 가족으로서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
안방 복귀 제안에 아빠는 순순히 따랐다. 엄마는 아빠의 손가락에 금이 잘 붙을 수 있게 더욱 더 신경을 써주었다. 하지만 아빠가 안방에서 자기 시작하면서 나는 점점 더 불면증이 깊어지고 불안 증세가 심해졌다. 아빠가 자기 위해 안방 문을 닫으면 조바심이 났다. 혹시나 방안에서 담배를 필 수도 있단 생각이 그냥 불현 듯 들었다. 의식적으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나의 몸이 반응하여 신경이 곤두섰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이 난리를 겪었는데 괜찮을까?
나도 모르게 양말을 신고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 안방 문 틈새에서 냄새가 나나 확인을 했다. 새벽에 몇 번을 몰래 들락거렸고 아빠가 기상을 할 때쯤 나는 그제야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이불을 덮고도 곧바로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을 말똥말똥 뜨고 엄마가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소리를 듣고, 아빠가 밥을 먹는 소리를 듣고, 엄마가 배웅해주는 인사말과 함께 아빠가 현관문을 닫는 소리까지 모두 들었다. 그렇게 비로소 아빠의 부재가 확인이 되었을 때야 나는 안심을 하고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아침에 암막 커튼을 치고 자도 영 개운치 않았다. 긴장을 한 상태에서 늘 조마조마한 상태로 잠을 자니까 거의 눈만 붙이는 격이었다. 심신이 불안하니까 쫒기거나 죽임을 당하는 꿈을 자주 꾸기도 하였다.
불면증으로 처방받아온 약도 소용없었다. 일찍 잠들기 위해 복용했지만 담배 때문에 각성 상태가 높아서인지 효과가 없었다. 그야말로 내 수면 패턴은 완전 엉망이 되었고 생체 리듬 역시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새벽마다 담배 때문에 벌벌 떨다가, 아침에 아빠 출근 후에 겨우 잠이 들고, 일어나서 간단하게 식사를 한 후에 글을 쓸까 싶으면 어느새 아빠가 올 시간이 되었다. 현관을 열고 아빠가 들어오면 내 심장은 뛰었다. 긴장이 된 상태로 아빠와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니까 소화도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사실 아빠에게 또 다시 담배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증상이 어김없이 올라왔지만 감히 흡연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말을 하면 또 다시 아니라고 우기면서 단식투쟁을 하며 집안 분위기가 또 난장판이 될 수도 있는 게 눈에 뻔히 보였다. 그리고 아빠가 손가락에 금이 갔으니까 절대 안정이 필요한 것 같아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증상이 어김없이 올라올 땐 밤마다 그 정신적인 타격을 혼자 감당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이고 위로하고 세뇌해도 소용없었다. 그럴수록 내 모든 뇌의 회로는 담배에 과민하게 반응할 뿐이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어 버린 걸까.
비흡연자인 나는 이젠 내 손가락 길이만한 담배가 무서워져 버렸다. 정확히 짚자면 담배에 불을 붙여 내뿜어진 그 연기가 집안에 떠돌아 내 건강을 상하게 할까봐 두려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이미 학습된 내 몸의 두려움을 없애기란 쉽지가 않았다. 자꾸만 신체적으로 이상이 생기니까 정신적인 고통도 함께 수반이 되니 안정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럴수록 오히려 엄마와 아빠 앞에서 더 밝게 웃고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했다. 그때마다 내 영혼은 쪼그라들고 말라가는 것만 같았다.
5월쯤이 되자 아빠의 금이 간 손가락은 회복이 되었다. 또한 아빠는 건강해졌고 이전처럼 잠도 잘 자고 평온을 되찾았다. 다행이면서도 억울한 마음이 동시에 공존했다. 자식으로서 아빠가 건강해져서 좋으면서도 내가 이렇게 된 게 아빠 때문이라는 원망이 내 안에서 양립되어 싸우고 있었다.
점점 내 신경 세포에 불안과 공포가 하나씩 심어지는 느낌이었다. 끝까지 수세에 내몰리는 것 같았고 정신적인 한계가 왔다. 결국 폭발 직전에 나는 엄마에게 털어놓았다. 내가 이러다가 미쳐서 잘못될 것 같다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이다.
“엄마. 나 이러다 미칠 것 같아.”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엄마는 깜짝 놀라했다. 내가 웃고 밝은 모습을 보여서 이젠 알레르기 반응도 좀 나아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안일했던 것 같다며 미안해했다.
조금 더 네 마음을 살폈어야 하는데 혼자 속앓이 하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냐고 엄마는 나를 위로했다. 그 따듯한 말에 꾹꾹 참았던 감정이 봇물처럼 터져서 그 자리에서 오열을 했다. 말을 꺼낸 것이 결코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참지 못하고 감정을 내뱉은 내 자신이 너무 초라했다. 내 멘탈이 좀 강하면 좋았을 텐데, 그런 죄스러움 속에서 나는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눈물을 그쳤다.
“계속 몸에 이상이 있었어. 알레르기 반응.”
엄마에게 아빠가 흡연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빠를 맞이할 때도 희미하게 맡았을 뿐 아니라 반려견 털에서도 냄새가 났다. 아빠가 퇴근해서 손을 씻지 않고 반려견을 만졌고 털에 그 담배 냄새가 밴 모양이었다.
나는 아무 의심 없이 반려견 몸에 얼굴을 파묻었다가 담배 냄새를 맡고 이상 반응이 올라온 것이다. 그런 일이 수차례 있었지만 아빠가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그냥 꾹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손가락이 아프니까 또 담배가 생각났겠지.”
엄마는 깊은 탄식과 함께 고개를 내저었다. 아빠는 항상 어떤 걱정이 있거나 몸이 아프면 제일 먼저 술과 담배부터 찾았다.
기분이 안 좋아서 술 한 잔 후에 흡연. 몸이 너무 좋지 않아서 술 한 잔 후에 흡연. 오랫동안 같이 산 엄마와 내가 아빠의 생활 패턴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 사실 엄마도 내게 말하지 않았지만 내심 아빠의 흡연을 예상하고 있었나보다.
“어휴! 뭐 이렇게 담배 끊는 게 힘들어.”
이미 모든 답은 나온 상황이었다. 선택의 여지란 없었다. 아빠는 반드시 금연을 의무로 해야만 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닌 아빠 스스로를 위해서 이제는 담배와 이별을 고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아무리 배려하고 기다려도 소용없었다. 아빠는 담배를 놓아 주지 못했다. 담배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아빠 때문에 흡연도 하지 않는 엄마와 나는 늘 속수무책에 빠졌다. 우린 너무 담배와 헤어지고 싶었지만, 작별하지 못했다.
아빠가 담배를 열망할수록 우리는 점점 지쳐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