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장
점점 더 앞다리에 힘이 빠진다. 얼마나 물속에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 가족이 나를 찾아낼 때까지 버텨야 한다. 내게 말랑거리는 공을 던져주고 볼을 비비고 안아주던 그들의 온기가 그립다. 그들은 나를 찾고 있겠지.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면 크게 소리 내어 짖으려고 목소리를 아낀다.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나는 이미 너무 지쳤고 짖을 힘이 없다. 가슴속까지 차올랐던 소리가 자꾸만 배 아래로 다시 기어들어 간다. 희미해진 눈동자에 비치는 건 안간힘을 다해 흙더미를 붙들고 있는 내 앞다리. 선명하게 느끼는 건 물속의 차가움이 피부에 닿아 점점 더 스며드는 감각이다. 찌릿하게 흐르던 전류가 서서히 무뎌져 간다. 감각이 사라지고 있다. 두 다리는 너무 무겁고 돌처럼 둔중해져서 물결이 칠 때마다 낯선 진동이 퍼진다. 손이 자꾸만 미끄러진다. 얼마 전에 엄마가 잘라준 손톱이 다 자라지 않아 땅을 더 움켜쥐기 힘들다.
"엄마 나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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