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by 보나쓰

집에서 복도 끝 작은 서재가 나의 작업공간이다. 문을 열어두어도 막혀 있는 느낌의 방이기 때문에 글을 쓰는 동안 집중하기에 적절한 방이라고 생각해서 집을 계약하던 날부터 작업실로 정해 버렸다. 작은 베란다가 딸려 있는 방으로 조용하고 따스하다. 늦은 오후까지 볕이 잘 든다.


작업실을 소개합니다.


방문을 들어와 오른쪽 끝에 월넛색의 책상이 놓여 있다. 10년이 넘어 군데군데 작은 홈이 파여 있고 세월에 긁힌 자국들이 멋스럽게 보이는 원목책상이다. 새겨진 흔적에 추억이 담겨 있으니 더 소중한 물건이다. 그 옆에는 아로마오일 냉장고와 몇 가지 소품이 놓여 있는 하얀색 데스크가 하나가 더 있다. 용도가 뒤섞이는 것이 싫어 창작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두었는데 가끔 잡스러운 것들이 어수선하게 올려져 있기도 하다.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로 하는 작업은 주로 거실 테이블에서 하는 편이다. 음악을 듣기 좋은 위치에 놓아둔 테이블이라서 거실 양쪽 동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라이브처럼 들으면서 이것저것 하기에 좋다. 글을 쓸 때는 주로 작업실에 있는 아이맥을 이용한다. 좀 더 글에 집중해야 할 때에 이용한다. 결국엔 대부분의 글쓰기는 작업실에서 이루어진다.


작업실은 무엇으로부터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이며 휴식의 공간이다. 별 일을 하지 않아도 작업실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아로마향과 종이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는 작은 공간에는 군데군데 책이 놓여 있고 쓰고 그릴 수 있는 모든 것이 있으니 내겐 최고의 장소이다.


나만을 위한 장소를 위해


요즘은 많이 무뎌졌지만 원래는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었다. 스트레스를 외부로 표출하기보다는 숨을 곳이 필요했기 때문에 늘 진정한 휴식을 위한 '공간'에 목말라했다. 이상하게도 집에는 필요한 모든 방이 있는데 글을 쓰기 위한 한 평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내가 곧잘 웅크리고 있던 쉘터(shelter)가 작업실로 용도변경되었다. 창작의 공간. 내게는 무엇이든 이뤄주는 지니의 방 같은, 공기가 없어도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 곳이다. 빨강머리 앤의 다락방처럼 순수한 영혼이 숨 쉬는 공간이며 미래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책상만 하나 놓을 수 있는 어느 곳이라도 글에 집중할 수 있는 자신만을 위한 장소는 있어야 한다. 나를 온전히 보호할 수 있고 평온할 수 있는 한 자리. 온실 속의 화초가 될 수 있는 곳. 전쟁터의 무사가 되지 않아도 되는 곳. 오직 따사로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만이 마음속에 존재하며 나의 열정이 머무는 곳. 온전히 글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라면 크고 거창한 곳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나의 가치와 존엄은 내 안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길을 걷기를 원한다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작가의 공간을 꼭 한 번 만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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