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하는 과정을 즐긴다.

by 보나쓰

글을 쓰자고 앉아서 키보드 위에 올린 손이 한순간도 움직이지 못하는 건 처음을 시작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글이 의미 없이 길어지는 이유는 마무리를 짓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살면서 쉬운 일은 정말 하나도 없는 모양이다. 쓰고 싶은 말과 생각을 옮겨 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말과 생각이 글만 쓰려고 앉으면 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인지...


하루하루 글을 쓰면서 깨달아 가고 있다. 글을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하고 수정할 용기가 없다면 시작해서는 안된다고.


처음에는 완성된 글 전체를 읽지 않는다. 글의 시작은 대부분 가장 먼저 생각나는 문장이다. 첫 문장에 골똘한 편이지만 한참을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무작정 처음에 떠오른 문장을 서두로 한다. 그리고 엮어간다. 문제는 마지막이다. 마지막 문장이 생각나지 않을 때엔 더 난감하다. 시작은 있고 끝은 없는 일그러진 조각 같은 느낌이다. 일단 대강 모양을 잡아 완성한다. 잘못 구워진 도자기는 깨뜨려 버리면 되지만 글은 이때부터 더 곤혹스러워진다. 수정의 작업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충분한 수정작업을 거쳐야 그나마 올릴 수 있는 글이 된다. 일단, 글을 전체적으로 읽기 전에 틀에서 너무 벗어난 문장이나 뜬금없는 문장을 과감히 삭제한다. 어감이 어렵거나 불편한 문장은 수정하고 꼭 남겨야 하는 문장은 한 번 더 체크를 한다. 그러고 나서 전체적으로 글을 읽어본다. 두 번째 수정에 들어간다. 부족한 문장을 채우고 부드럽게 문장 간의 연결선을 다듬는다. 문맥에 맞게 단락을 붙이거나 떼어놓는다. 한번 더 글을 읽어보고 세 번째 수정에 들어간다. 맞춤법 체크를 하고 마무리글을 집중적으로 다듬는다. 마지막 수정은 글을 발행하기 하루 이틀 전부터 이루어진다. 한 번이 더 될 수도 있고 열 번이 더 될 수도 있다. 불행한 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변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아직은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글을 써간다. 글을 쓰면서 지치는 경우보다 수정을 해서 더 나아지는 글의 과정을 보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는 글을 쓰는 작가이지 독자의 취향을 맞출 수는 없는 일이다. 내 글을 읽고 감상을 하는 몫은 독자의 몫이고 나는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쓰디쓰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내 글을 더 많이 읽을수록 글에 대한 비판은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더 열심히 글을 수정한다.


만약 완성된 글을 수정하는 일이 즐겁지 않다면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든지 무의미한 골칫거리가 될 뿐이다. 마음을 정리하듯이 한 줄 한 줄 정성껏 들여다본다. 정성이란 것이 늘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라도 담기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노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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