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어느 날 문득 예전 직장 동료가 그리워 내가 먼저 전화를 걸어 성사된 만남이었다. 피아노를 가르치는 그녀는 언제나 무표정으로 지친 웃음을 짓는 사람이었다. 밝은 웃음을 잃은듯한 그녀는 늘 자신의 자리에 앉아 소란스러운 사람들 속에서 숨으려는 듯 보였다.
늘 지쳐있는 듯한 그녀는 가끔씩 활짝 웃으며 문을 열고 들어왔지만 그런 일은 몇 번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를 좋아하고 잊지 않았던 이유는 자신의 일을 게을리한 적이 없다. 지칠법한 하루에도 묵묵히 수행을 하듯 일을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십여 년의 세월이 지났을 때, 문득 그녀가 궁금해졌다. 조심스럽게 연락한 내게 그녀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기억해 줘서 고맙다고. 그때의 자신을 좋은 기억으로 잊지 않고 연락을 준 것에 대해 그녀는 몇 번을 고맙다고 말했고 우리는 그간의 얘기와 몇 권의 책 얘기와 간단한 선물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녕을 위해 기뻐했다.
나는 때때로 글에 숨는다. 편하게 드러낼 수 없는 나의 감정들을 글 속에 가루를 뿌리듯 흩어놓는다. 너무 괴로워도, 너무 행복해도 어떤 감정은 커튼 위에 숨은 희뿌연 그림자처럼 연하게 존재하길 바란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 우연히 그 글을 만났을 때 추억이, 회한이 남의 일처럼 감정에 요동치지 않고 마주치길 바란다.
그럼 나는 가볍게 인사하며 그간의 안부를 나누고 그때를 회상하며 나의 글과 커피 한 잔을 나누고 싶다. 희미해진 과거와 소용돌이치던 지난 감정들과 '다행이다'라는 인사를 나누고 싶다.
그녀와 나눈 시간들과 추억, 책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먼 훗날 내가 나의 글을 만났을 때 이런 기분이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넘침 없이 기쁘고 반가운 그런 기분으로 내 글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보이는 감정과 보이지 않는 감정 모두를 소중히 글에 담는다. 때론 솔직하게 때론 암호문처럼 나만의 언어로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