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진다. 그것이 오늘 내가 악착같이 글쓰기에 집착하고 있는 이유이다. 마음이 헛헛할수록, 외롭거나 아플수록 글에 매달린다. 이상하게도 마음에는 만병통치약처럼 잘 먹힌다. 굳고 상처 입은 마음에 기름칠을 한 듯 말랑해지고 유연해진다. 요즘 몇 날 며칠을 공허한 페이지에 글자를 기다리는 커서만 바라보다가 덮기를 반복했다. 새 글을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지난 글들을 다시 읽고 수정하다가 그나마도 여의치 않을 때는 데스크 위에 쌓여있는 책들 중에서 아무거나 한 권을 집어 들고 읽었다. 읽다 보면 실망스러운 문체의 책도 있고 경외심을 갖게 되는 책도 있다. 담담하게 써 내려갔지만 겸손한 글로 잘 쓰인 책을 만나면 숨을 골라가며 읽었다. 알베르 카뮈의 결혼은 몇 번을 더 읽었고 나태주의 시는 마음이 번잡할수록 집어 들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그냥 흐르지 않았고 나도 머물지 않았다. SNS에 짧은 글을 남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아침인사를 남기기도 하고 그날의 감정을 적어보기도 하고 읽고 있는 책의 좋은 구절을 적어 올리기도 했다.
글에서 멀어지지 않기
내 글은 써지지 않아도 남의 글을 읽는 일은 쉬웠다. 마음에 고민을 더하지 않았고 의문을 던지지도 않았다. 마음으로 읽어지지 않을 때는 그저 눈으로 입으로 읽었다. 시집을 물 마시듯 읽어 내려갔다.
내 안의 글이 풀어지지 않으니 남이 풀어낸 글을 만나며 작가의 다양한 문체를 만나고 향을 맡고 정서를 훔쳤다. 반복되는 그 일상이 노력이 되었는지 오늘에야 글 한 줄을 적고 있다.
행복해진다.
나는 행복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쾌락이 아닌 고요한 즐거움, 행복을 찾기 위해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생각과 뭉친 마음을 놓아주는 곳이 글터이다 보니 흘러 보내고 나면 한결 마음이 평안을 찾고 기쁨을 느낀다.
내 감정과 사생활을 최대한 덜어내려고 애쓰며 글을 쓴다. 그저 나의 사색과 고민하는 마음을 녹여 다른 세상을 만나고자 한다. 단조로운 감정이 닿지 않는 심연의 나를 만날 수 있는 곳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의 단선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