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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May 16. 2024

아무렴 어때

카페에서 자리를 메뚜기한다. 처음에는 늘 앉는 자리를 이미 차지한 사람이 있어서 다음에는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아서 다음에는 흥분해서 침을 튀기며 욕설을 뱉고 있는 옆자리의 사람이 불편해서 자리를 뛰는 동안에 적당히 햇살 들어 밝은 테이블이 비어 있는 것을 발견, 그 자리에 움을 텄다.


그 사이에 목이 말랐던 나는 커피를 거의 다 마셔 버렸다. 이제 커피가 비어 가는 글라스에 신경이 쓰인다. 더 마실까... 카페를 옮길까... 집으로 갈까...


이런, 카페로 나온 목적은 어디로 간 거지?

들고 나온 노트북과 책들이 민망하게 테이블 위에 놓여있었다. 아마도 오늘은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은가 보다 생각하며 잠시 안경을 벗어 두고 나이 지긋한 바리스타의 분주한 손길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여 보았다. 바리스타멍에 빠진다.


가끔은 내 시선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이 그림자처럼 지나갔고 가끔은 카페 안이 떠나가라 자신의 얘기를 토로하는 어떤 사십대로 보이는 남자의 목소리가 시선을 그었다. 그럴 때마다 언뜻언뜻 내가 있는 곳을 인지하듯이 눈동자를 깜빡였다. 


한참을 보다가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다. 한가롭게 초록이 무르익은 나뭇잎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파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흔들릴 때마다 연초록이 되었다가 진초록이 되었다가 빛이 스며드는 나무는 시원함을 곁들였다. 나는 아예 노트북을 덮어 버리고 등을 의자 깊숙이 기대어 앉았다. 그리고는 책표지 위를 톡톡 건드리다가 살짝 밀어버렸다.


아무렴 어때? 오늘은 이런 날인가 보네.

무슨 날이 아니면 어떻고 무엇을 하지 않으면 어떨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는 거지. 에라 모르겠다... 남은 커피를 들이키며 눈을 감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타닥타닥 하는 바리스타의 커피 내리는 소리도, 카페 안에 들끓기 시작한 소음도 멈추고 귀에 익은 음악소리가 몸을 타고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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