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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May 18. 2024

보고 싶은 언니에게

사진을 정리하다가 파릇파릇하던 시절에 함께 찍은 스티커사진을 발견했어. 사진은 바랬지만 보는 순간 그때 그 분위기와 맞잡았던 손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져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언니야.


언니, 너는 어쩌면 너무나 탐스러운 목련처럼 생생하고 환하더라. 마지막으로 보았던 언니 얼굴의 그늘과 분노와 삶의 애환 따위는 보이지도 않더라. 우리 참 예쁘더라. 봄이 그렇게 아름다울까? 별이 그토록 빛날까?


내내 가슴에 품고 해가 갈 때마다 생각나지만 늘 언니를 없는 사람처럼 외면할 수밖에 없는 마음이 해마다 죄스럽고 안타까워도 누르고 또 누르면서 살아 가는데 오늘 갑자기 언니 생각이 많이 나네.


마치 지워진 그림을 다시 복원하듯 과거의 기억에서 언니의 복사꽃 같은 웃음과 하얀 피부와 교복 입고 뛰어가던 뒷모습을 떠올리고 있어. 언니야, 너는 언니가 얼마나 밝은 사람이었는지 기억은 하고 사니? 나는 한 때 교복 입은 태가 너무 고운 언니가 질투 나게 부러워서 얼른 자라고 싶어 했던 적도 있었어. 나 때는 교복이 없어져서 사복으로 학교를 다니게 되었을 때 느꼈던 그 실망감을 언니는 몰랐겠지만 나는 정말 실망했었어.


아픈 나 때문에 맏이인 언니가 떠안았을 집안 사정을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언니가 느꼈을 좌절감과 자괴감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언니를 잃어서 나는 가슴에 구멍이 난 것처럼 허했음을 고백해. 마음의 빚이 고스란히 남게 된 나는 어느 날 갑자기 가족 사이에서 내가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것에 마음이 무너졌었어. 내가 없었던 사이에 재만 남기고 타버린 듯한 언니를 내가 얼마나 안타까워했는지...


언니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시간을 놓쳤던 나를 용서해 주면 좋겠어. 살다 보니 그렇더라 언니야. 내 삶에 치이다 보면 내 삶만 보이고 내 아픔 쓸어 담기에도 바쁘더라. 시간이 너무 흘러 주름살에 변했을 언니 얼굴을 상상해 봐도 떠오르지가 않아. 언니가 엄마를 많이 닮았으니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언니를 그려볼 뿐이지.


언니야, 엄마도 많이 늙으셨단다. 언니의 상처만큼 엄마도 그랬고 그 마음을 안고 살아온 세월만큼 늙으셨단다. 엄마와 나는 가끔 어제 일처럼 언니를 이야기해. 엄마 마음을 풀어놓을 곳이 나뿐인데 나는 사실 그때가 많이 힘들기도 해.


나는 가족을 떠나던 언니의 뒷모습을 보지 못했고 손을 잡아줄 기회도 없었던 게 내내 가슴이 아파 세월이 갈수록 더 깊이 꾹꾹 눌러 담았는데 엉뚱한 날에 그 아까운 마음과 그리움이 터져 나오네. 오늘처럼 햇살이 부서지는 날에 언니는 무얼 하나? 마음이 힘들지는 않은지, 아이들이 속을 썩이지는 않는지, 외롭지는 않은지... 언니 마음이 걱정이되. 나는 오늘 조금은 울어야 할 것 같아 언니야.


미안해서 울고 그리워서 울고 안됬어서 울고.

오늘은 나를 위해, 언니를 위해, 엄마를 위해 하루를 조금만 울고 그리운 마음으로 보낼 것 같다 언니야.

언니, 며칠 동안 봄날이 참 좋다. 여름이 오기 전에 빛나는 마지막 봄날이 아닐까 싶어. 꽃같이 예쁜 언니 마음에 그늘 없이 가는 봄을 피웠으면 좋겠다.


언제나 기다리는 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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