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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Sep 15. 2024

실망하고 돌아서다

출판사는 성수동에 위치해 있었다. 약속시간은 두시였다. 지하에 차를 주차하고 출판사 편집장실에 도착한 시간은 10분 전 두시. 비서인 듯 보이는 분이 권하는 물 한 잔을 받아 들고 기다렸다. 긴장해서인지 빳빳한 자세로 각이진 나무 의자에 벌 받는 듯이 앉아 있었다. 두시 십 분이 되었는데 편집장은 오지 않았다. 나는 얼굴이 굳어졌고 조금 더 기다리고 오지 않는다면 일어서겠다고 생각했다. 두시 십오 분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편집장이 들어왔고 통화가 길어졌다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미 실망한 나는 굳은 얼굴로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편집장은 명함을 내게 건넸고 늦은 만큼 서둘러서 출판과정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참 두서없다고 생각하며 일단은 설명을 들어 보았다. 편집장은 꽤나 열심히 내가 궁금해할, 어떤 작가도 궁금해할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명을 듣는 동안 궁금해진 몇 가지를 물어봤다. 출판과정에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정도와 예정 출판일과 디자인과 인세 등이었다. 첫인상과 달리 편집장은 성실하게 답해 줬고 꽤나 직설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해 주려는 노력을 한다고 느껴졌다. 미팅이 끝나기 마지막쯤에 한 말을 빼고는 크게 마음이 상하거나 부정적인 내용은 없었다.


편집장은 요즘은 작가가 책을 판다는 말이 있어요라고 했다. 출판사가 힘들다 보니 인플루언서나 유명인의 책이 아니면 사실 출판을 하기 꺼려하고 있다고. 출판사도 최선을 다하지만 작가도 SNS도 좀 하고 알려지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이 거슬렸던 건 내게 광고를 하라는 말로 들려서가 아니라 판매에 대한 책임을 처음부터 발뺌을 하면서 시작하는구나라고 여겨졌던 탓이다.


한 마디로 그 말에 기분 상했고 나는 명함을 받아 들고 일단 출판사를 벗어났다. 돌아와서 서치 해 본 결과 '작가가 책을 판다는 말이 있어요'는 터무니없는 말이 아니었다. 예술과 상업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현실은 받아들여야 했다.


미팅 후 생각에 혼란이 온 나는 도움을 주고 있는 친구와 상의를 했고 조금 더 출판사를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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