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와 미팅을 할 때쯤에는 원고가 거의 완성이 되어 있었다. 90여 개의 글을 썼고 목차도 글에 맞게 분류했다. 처음에는 생김새가 다른 글들이 제멋대로 섞여 나열되어 있었다. 이 점에 있어서는 내가 거절했던 출판사에도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한다. 이메일로 주고받을 때 그 출판사의 편집장은 출판할 수 있는 글과 목차, 편집에 대하여 꽤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 편집장이 설명하기를 브런치스토리나 블로그에 글을 쓰는 작가들의 특성인데 글이 목차에 맞게 잘 정리가 되어 있는 경우가 드물다고 했다. 책이 되기에는 좀 난잡한 상태라는 말로 이해되었다. 온라인에 글을 올리는 것과 책을 내는 것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글을 좀 수정하고 글의 위치도 좀 바꾸고 말 그대로 편집하는 모든 권리를 전적으로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내게 출간계획서 샘플을 한 장 이메일에 첨부해 주었다. 출간계획서에는 출간이유, 출간목표, 목표연령, 글의 양과 예상 페이지 등을 적게 되어 있었다. 그 편집장과 이메일을 오가면서 얻은 정보는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두서없는 글의 목록을 정리하는 데에 분명히 도움을 받았다.
하여튼 원고를 30여 개 정도 썼을 때에는 글이 충분하지 않아 출간이 안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렇게 많은 글을 썼는지 나 스스로 기특하기도 했다. 목차를 정리하니 글이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쓴 글이 책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질적인 면을 충족하고 있는가에 의심을 품게 되었다.
결국에는 원고가 완성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퇴고였다. 53,964개의 단어를 읽고 또 읽었다. 고치고 또 고쳤다. 지우고 또 지웠다. 뫼비우스의 띠를 도는듯한 시간을 보냈다.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원고를 수없이 들여다보며 내가 원했던 것은 작가라는 이름을 얻을 자신감이었을지도 모른다.
탈고하면서 완료되었다고 생각했던 원고는 퇴고를 반복하면서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진정한 글손질이 그제야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