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밝혔듯이 나는 반기획 출판을 선택했다. 내가 부담하는 비용이 있고 출판사는 출판사의 몫이 있다.
최근 몇 달 전에 책을 낸 어느 작가가 쓴 글을 보았다. 기획출판으로 책을 낸 작가였다. 출판사의 선택을 받았으니 원고는 검증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판매가 저조하다는 내용이었다.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그의 글은 어쩐지 애처롭고 기운이 빠져 있었다.
내가 투고한 원고를 출판하자는 메일을 받았을 때 나도 엇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투고는 내 글이 인정받는 검증의 절차라고. 지금까지 많은 작가가 전통적으로 그렇게 해왔고, 결국 인정을 받아야 채택이 되고 채택이 되어야 출간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기획출판이 아닌, 반기획 출판을 선택한 이유는 이러했다.
소위 잘 나간다는 작가의 책도 만권이 팔리기 쉽지 않은 요즘에, 올챙이 작가가 몇 천권이 팔리길 바라는 건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고 절망이 숨어 있는 희망과도 같다는 것이 내 판단이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책을 먼저 내면서 반응을 보고 끈끈한 독자를 키우고 포트폴리오를 쌓아가자고 결정했다. 글을 키우고, 글값을 올리는 순서를 바꿔 보자는 것이다.
내 글을 출판사의 의도대로 편집하는 과정도 아직은 맘에 들지 않았고 적은 인세는 더 맘에 들지 않았다. 시작부터 내 글이 홀대받고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지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손해 보고 시작해야 한다면 적어도 조건이 내가 원하는 것에 좀 더 가까운 출판방법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방법과 규칙과 고집이 있다. 보편적인 방법이 몸에 맞는다면 그 길을 선택하는 거지만 그렇지 않다면 첫 번째 도전은 저항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고할 점은, 내가 선택한 반기획출판도 어쩌면 출판사에 훨씬 유리한 출판방식이다. 보는 방식에 따라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을 수 있다.
출판의 종류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출판사마다 조건과 인세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기획출판: 저자부담금이 없다. 인세 10%~15%
반기획출판: 저자부담금이 일부 있다. 인세 20% 내외
자비출판: 100% 자비. 인세 50% 내외
독립출판: 개인 또는 소수그룹 출판. 출판을 위한 저자 비용 대부분 발생. 인세 50% 내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