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경우는 인세를 30%를 기대했다. 독립출판이나 자비출판을 하지 않는 한 40% ~50% 이상의 인세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서점이 가져가는 몫이 40% 이기 때문에 서점이 제 몫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작가에게 돌아가는 인세는 변경할 수 없다고 했다.
무명의 작가로 첫 책을 내면서 인세에 대한 협상은 거의 불가능했다. 인세나 출판사가 제안하는 출판비용의 문제는 포기하기로 했다. 내가 인세나 책의 퀄리티 및 광고에 욕심을 낸다면 어차피 출판사는 출판비용을 올릴 것이다. 내가 지불하는 출판비용의 몫을 추가하지 않는다면 출판사는 인세를 올려 주지 않을 것인 게 뻔하다.
친구가 내게 물었다. 인세는 얼마 받는 건데? 이제 책 팔면서 돈 버는 거야?
내게는 참 어이없는 질문이었지만 당연한 질문이었고 훗날 내가 바라게 될 질문이었다. 노동을 하고 그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첫 책을 내면서 얻을 것과 버릴 것을 고민해야 했고 인세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았다.
내 가치 아니, 내 글의 가치는 자의적으로 결론 내릴 수 없는 게 현실이고 나는 예술의 세계에서 잔혹한 현실의 세계로 발돋움하고 있었으니까. 작가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나는 얼마나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야 할지 짐작할 수 없다. 얼마나 많은 글과 책이 버려져야 할 지도 전혀 알 수가 없다.
네 권 정도의 책을 낸 어느 소설가가 말했다.
창고에 자신의 책이 쌓여갈수록 일이 들어왔고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늘어갔다고.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글을 쓰고 책을 내라고.
정당한 인세를 탐내는 것은 부정한 일도 아니고 당연한 욕심이고 집착이다. 다만, 그것을 요구하는 나의 말에 힘이 실리려면 좀 더 많은 글과 시간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계속해서 책을 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좋은 책을 내자. 내 인세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을 때가 올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