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이는 다양한 모습이 다 나이다

특별함을 주는, 평범한 문장들

by 보나쓰
우주만큼 다수가 되어라
P.41 '이명의 탄생', 페르난두 페소아

하나의 인격체로 살아가지 못한다는 게
죄라도 되듯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들리는 음악에 몸을 흔들다가도 멈칫한다.
상반되는 인격이나 할 수 있는 상상을 하거나
그에 미치는 행동을 하면,
사람들은 마치 나를 광견병에 걸린 개나
몹쓸 병에 감염된 사람 취급을 할지도 모른다.


그 탓에 꿈속에서도 나는 자꾸 현실의 끈을 부여잡는다.
낯선 남자와 키스라도 할라치면
못할 짓을 한 것처럼 깨어나선 거울 속의 나를 매섭게 노려본다.

나는 내 부모에게,
내 친구에게,
내 연인에게,
그리고 나를 아는 모든 지인에게
이미 같은 사람이 아니다.

사실 우리는
수십 명의 애인과 남편을 상상할 수도 있고,
시인이 될 수도,
대기업의 총수가 될 수도 있다.

모든 걸 훌훌 벗어던지고
거리의 낭인이 되어
남의 집 거실에서 소리 지르며 노래할 수도 있다.
새벽 창가에 날아든 파랑새가 되어
파닥이며 창공을 스치다가
그림자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우리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여 있기엔
너무 많은 ‘나’를 안고 산다.
내 안의 수많은 목소리를, 이제는 조금 더 다정하게 들어주고 좋지 않을까?


나를 규범 속에 가두더라도,
내 영혼까지는 가두지 말자.
마음이 가는 곳마다, 새로운 내가 태어난다.

그것이야말로
행복의 진수를 맛보는 지름길인지도,
유일한 길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태어날 때 가지고 있던 수많은 얼굴 중에
어쩌다 하나를 선택하게 된 거라면,
그 나머지는 퇴화한 꼬리처럼
점점 더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잊힌 얼굴들이 다시 나를 찾아올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쩌면
수많은 얼굴로 살아가기 위해
태어난 건지도 모른다.

우주처럼, 나도 끝없이 변화하며 살아가고 싶다.
다수의 내가 모여, 오늘의 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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