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을 주는, 평범한 문장들
예술의 본질은 표현하는 것이다. 무엇을 표현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P.140 '이명의 탄생' 페르난두 페소아
표현하지 않는다면, 감각은 숨소리에 섞여 새어버리고 만다.
새벽녘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처럼, 이상이나 꿈은 소리 없이 스쳐간다.
아무리 선명해도 표출하지 않으면, 결국 지나가버린 무수한 순간이 될 뿐이다.
희미하지만 꿈틀대는 정체를 표현하는 순간, 문학이 되고 예술이 된다.
나는 언젠가부터 스스로에게 ‘표현하라’고 말한다.
솔직함을 두려워하지 않던 내가, 한 시절 삶의 고비 앞에서 무너져 침묵하던 때가 있었다.
그 기간에 마음속에서는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이 조용히 들끓고 있었다.
그것이 일러스트라는 선으로, 글이라는 문장으로 서서히 표면 위로 떠올랐다.
그렇게 다시 꺼내 든 내면은, 이전보다 더 멀리, 더 깊은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내 안에서 숨만 쉬던 감정은, 길가에 흩어진 연분홍 꽃잎처럼 흩날리다 어느 날 운명처럼 손에 쥐어진 것.
표현은 그렇게, 나 아닌 또 다른 세상과 마주하게 한다. 늘 약간의 떨림을 가지고.
그 떨림은 두려움이기도 하고, 동시에 설렘이기도 하다.
표현하기 어려울수록, 나를 애타게 한다.
처음엔 안개처럼 형체 없이 다가오다가, 점차 뚜렷한 윤곽을 갖는다.
때로는 이상하고 낯선 형이상학적인 언어로, 때로는 아주 일상적인 명사 하나로 내게 온다.
나는 가능한 그 단어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예술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표현한 것들이 예술의 문턱에 닿는다.
무엇을 그렸든, 무엇을 글로 썼든, 그 행위 자체가 소중하다.
스스로에게 진심일 때, 표현은 제 몫을 다한다.
때로는 정체가 드러나는 것이 불편하다.
마음이 들키고, 내가 너무 선명하게 보일까 두렵다.
하지만 표현하는 일은, 어쩌면 그 불편함을 끌어안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선을 긋고, 색을 올리고, 실을 꿰고, 문장을 시작해야 한다.
표현은 결국, 단 한 번의 용기에서 시작된다. 저질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