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을 주는, 평범한 문장들
단어는 본질적으로 생각이나 관념의 표현이며, 목소리는 간단히 말해 감정의 표현이다.
p.133 '이명의 탄생' 페르난두 페소아
글을 쓰다 보면, 어떤 한 단어를 선택하는 데 어려워 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문장을 다듬어도 그 한 단어가 맞지 않으면 전체 글이 헐겁게 느껴진다.
그럴 때면 소리 내어 읽는다.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천천히, 몇 번이고.
소리를 따라. 읽으면서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그제야 ‘이거다’ 싶어진다.
목소리는 마음의 온도와 닮아 있다.
조금만 높아도 감정이 쉽게 드러나고, 낮아지면 멀어진 느낌이 된다.
그래서 ‘목소리가 감정의 표현’이라는 말이 내겐 너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글에도 목소리가 있다.
단어가 쌓인 문장들 속엔 말하지 않아도 묻어나는 감정이 있다. 문체라고 부른다.
나는 늘 그 감정의 온도를 따라 내가 쓴 문장을 다시 읽는다.
생각이나 관념은 감정을 일으키고, 감정은 또 다른 생각을 밀어 올린다.
두 개는 마치 물과 빛처럼 겹쳐지며 서로를 번쩍이게도 하고,
때로는 흐트러지게도 한다.
이 상관관계를 이해하면 글을 쓰는 일도, 말을 하는 일도 조금은 덜 버거워진다.
말은 가능한 천천히 하는 편이 좋다.
생각보다 감정이 먼저 튀어나오지 않게 하려면,
단어 하나를 꺼낼 때도 마음의 흐름을 살피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미 소리로 뱉은 단어는 내가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가졌는지를
고스란히 담고 상대에게 전해진다.
단어 하나로 관계가 어긋나기도 하고, 단어 하나로 마음이 붙기도 한다.
내 지인 중 한 명은 대화를 할 때마다 강한 어조로 말을 이어간다.
표현이 거칠고, 속도가 빠르다. 감정도 목소리도 늘 격정적인 쪽으로 흐른다.
그의 본심이 늘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는 늘상 사용하는 단어를 바꾸지 않는다.
그러면 결국, 사람들도 그를 그런 사람이라 기억한다.
생각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단어는 조금 더 유연하다.
단어가 달라지면 목소리도 달라지고, 감정의 결 역시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단어를 고르는 가에 따라
타인과 나 사이의 감정이 결정되기도 한다.
그러니 말은, 조금 더 느리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말이 지나갈 마음을 한 번쯤은 상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