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을 주는, 평범한 문장들
우리의 의견들은 사실 타인의 것이다
p.62 '이명의 탄생' 페르난두 페소아
어떤 이는 한 철학자를 위대하다고 칭송하며,
그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필사하고 반복해서 읽는다.
그 문장들을 곱씹다가, 마침내는 자신만의 생각처럼 여긴다.
나는 우리에게 그들이 필요한 이유가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을 좀 더 진지하고 넓게 갖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기에,
맹목적인 믿음이나 배움은 오히려 회피하는 것이 맞다고 믿는다.
나 역시 니체나 쇼펜하우어의 문장을 읽다 보면,
그들이 삶과 인간, 사회 현상을 얼마나 깊이 꿰뚫고 있었는지에 놀란다.
어떤 문장은 놀라울 만큼 간결하다.
깊은 사람은 어렵게 말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스스로 꿰뚫은 것을, 전달할 땐 단순하고 명확하게 건넨다.
하지만 그들도 아무에게도 영향받지 않은 존재는 아니다.
쇼펜하우어는 칸트의 인식론 위에 철학을 세웠고,
니체는 젊은 시절 스스로를 쇼펜하우어의 제자라 칭했다.
위대한 사상가 역시
누군가의 흔적을 발판 삼아 생각을 키운다.
우리는 모두
거대한 지식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배와 같다.
내 생각의 뿌리는
수많은 타인의 말과 경험 속에 깊이 박혀 있다.
나의 말과 행동은
타인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지금은 배우려는 사람만큼
가르치려는 사람도 많다.
누구나 자신의 깨달음을 말하려 하고,
때때로 그것이 독창적인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과 실력만으로 얻은 성공이라 여기는 순간,
그 안에는 이미 수많은 타인의 말과 생각이 깃들어 있음을 잊는다.
지금 내가 믿는 생각이
처음부터 나만의 것이었을까.
어디선가 들은 말을 내 언어처럼 말하고,
누군가의 이상을 내 가치처럼 여긴다.
말 한마디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만,
그 말이 어디서 왔는지 아는 자만이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
그래서 더 겸손해야 한다.
의견을 말할 때,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
진짜 아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에게서 무엇을 받았는지를 기억한다.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과 사상에 녹여낸다.
그래서 마음의 움직임은 느려지고,
말은 단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