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의 나는 집안이 유리알처럼 반짝이고 물건도 언제나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사용한 후에는 반드시 그 자리로 돌려놓았다. 완벽주의 자였다기엔 어쭙잖고 약간의 결벽증이 있었다면 맞을 듯싶다. 그때의 흔적은 지금도 남아있다. 집에는 쥐어짜는 치약이 없다. 쭈글쭈글 보기 싫게 짜지는 치약대신 펌프식 치약을 쓴다. 현관에 여러 벌의 신발이 나와서 얽기 설기 춤을 추듯 놓여 있는 게 싫다. 내 마음이 다 심란해지기 때문이다. 발을 닦지 않고 침대 위에 올라가거나 외출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 버리는 일 같은 건 앞으로도 내 인생에는 없을 듯하다.
스무 살 때 콩 한쪽도 나눠 먹는 거라면서 한 개의 사과를 나눠 먹자고 누군가가 권했다. 여러 명이 한 입씩 베어 물었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손바닥 발바닥에 땀이 나면서 심장이 쿵쿵 대기 시작했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누군가가 여기저기 이빨자국이 나 있는 사과를 들이 밀어 어느새 사과는 내 코앞에 와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비어 있는 자리를 잘 찾아 살짝 물었지만 나는 끝내 삼키지 못하고 몰래 뱉었다.
글을 쓰면서도 결벽증의 잔재가 보인다. 문장이 길어지다 보면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청소가 잘 된 깨끗한 길을 털어낼 먼지도 없이 걷고 싶은데 흙탕물을 튀겨가며 다리가 흙갈색으로 다 젖어 걸어가는 느낌이다. 사람과 바이크가 뒤섞인 베트남 호찌민 한복판을 걸어가는 느낌이다. 그 속에도 질서는 있으니 헤치고 지나가면 되겠지만 불편한 마음이 문제이다. 유연하지 못함을 탓할 뿐이다.
길어진 문장은 바람에 술렁대는 젖은 빨래처럼 제각각으로 축 늘어진다. 생동감 없는 문장이 계속 더해지면서 글 전체가 생명력 없이 난잡하다. 글의 깊이는 아예 실종되어 버린다. 문장에 불필요한 형용사 부사가 많이 들어가면서 글이 길어지기만 했을 뿐 전체적인 흐름은 어수선해진다. 어떤 때는 생각이 감정의 꼬리를 물고 의식의 흐름대로 횡설 수설 써지기도 한다. 문장이 웨이브를 타듯 일렁인다.
단정하지 않은 문장이 비엔나소시지처럼 이어지다 보니 글 전체가 지저분해지고 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 문장 서두에 들어가는 '나'부터 삭제하고 중간중간 내 글을 내가 극찬하듯 잔뜩 들어찬 의미 없는 단어들을 지워 나간다. 조금 어색한 듯 하지만 환경이 깨끗해지니 글 전체가 조금은 선선해진다.
언제나 잡다한 표현으로 명료하지 않은 글을 쓰지 않도록 노력한다. 잡념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넋두리가 아닌 담백한 글을 쓰고 싶다. 일단은 당분간 글을 짧게 써보기로 한다. 그동안 생각을 담고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지만 나에게 주어진 그릇에 불편함 없는 글을 써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