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벗어나기

by 보나쓰

어떤 분이 남편의 사업이 크게 실패를 하고 생계가 망막해지자 본인이 생계를 책임져 보겠다고 보험설계사일에 뛰어들었단다. 그때만 해도 보험설계사일을 아주머니가 많이 하던 때여서 일을 시작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단다. 그분이 망막했던 건 본업인 영업이었다.


그분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 머리도 그리 나쁘지 않아 보험에 대한 개념을 익히고 약관을 이해하는 등의 사무는 어렵지 않았는데 영업만 나가려고 하면 손에 이미 땀이 흥건해지도록 긴장이 되는 가야. 거절받을까 두려워 말 한마디를 꺼내지 못했다니까."


아르바이트 한 번 해본 적이 없고 사업하는 남편 뒷바라지만 하면서 살았던 분이라 생전 모르는 타인에게 물건을 파는 일의 고충을 알리가 없었던 것이다. 몇 달을 한 건도 계약하지 못하고 끝내게 될 지경이 되자 생각 끝에 그분은 친척들을 다음은 친구들을 찾아가 보험을 팔기로 작정했고 그중 마음 좋은 몇 사람이 계약을 해줬단다. 아주머니는 이후에도 친구의 친구, 사촌의 팔촌까지 찾아갔지만 결국 그 일을 오래 하지는 못했다.



내게 달란트가 있다면



어느 작가가 글소재의 고갈에 대해 쓴 글을 2주 전쯤에 읽은 적 있다. 그런 고민을 할 만도 했다. 정말 많은 글이 올라와 있었다. 작가의 부지런함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 작가는 그 글을 써내느라 자신의 손바닥지문까지 읽지 않았을까 싶다. 힘겨운 싸움이었으리라.


소재의 문제는 나 역시 처음 글을 시작하던 때부터 생각했던 부분이다. 신변잡기로 유지하는 글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보험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아주머니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는 가까이의 소재를 박박 긁어 쓰는 일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가능한 나의 생활이 아닌, 나의 정서를 담은 글을 써보자고 결심했다.


아직은 생각보다 더 쉽지가 않다. 글에서 잡다한 생활의 흔적을 지우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하다. 게다가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일기 쓰듯 넋두리를 풀고 있다. 내 감정에 취해 독자에게 전해질 감동의 순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사색이 더 많아지고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좀 더 깊어지면 일차원적인 소모글에서 더 많이 벗어날 수 있을까.


영혼을 갈아 넣었다는 표현이 있다. 말 그대로 이해해서 나의 의견을 피력하자면 나는 어떤 글이라도 내 영혼을 갈아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영혼의 평안을 위해 뛰어든 바다이다. 오랫동안 평정심을 유지하며 영혼을 살찌우는 글을 쓰게 되길 원한다. 나의 평온함이 독자에게도 전달되고 마음이 가서 버려지지 않는 글을 쓰고 싶다. 내게 달란트가 있다면 위로가 될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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