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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인도, 첸나이


"꼭 다시 올 거야. 돌아오면 공항에 마중 나와!"


4년간 우리 가족을 위해 일해 주었던 기사 하자와 헤어지면서, 반은 농담, 반은 진담으로 던졌던 말이 6개월 만에 이루어졌다. 작은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핑계였지만, 여하튼 난 한국으로 돌아온 후 6개월 만에 첸나이를 다시 찾았다.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다시 찾은 첸나이는 마치 어제 있었던 듯 익숙했다. 6개월 만에 다시 본 마담과 아이들을, 하자는 마냥 신기하다고 말했다. 하자의 집에 가서 그리웠던 짜이 한 잔을 마시고, 그의 아내와 아이들과 담소를 나누었다. 아이들도 짜이 한 잔을 마시고, 언제나처럼 그 집 아이들과 나가서 골목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았다. 영영 다시 온 거냐며, 내심 바라는 눈치로 그의 아내가 물었다. 첸나이에 머무는 동안 꽤 자주 왕래했던 하자네 가족들과는 마치 친구처럼, 가족처럼 그렇게 지냈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도 신기했고, 그의 아내가 해주는 인도 음식은 정말 다정했다. 아이들은 내가 공주 같다며(이 나이에 이런 얘기를 어디 가서 들어보겠나!) 얼굴을 발그레 붉히기도 했다.


너무나 좋아하던 아노키도, 아메티스트도, 소마도, 굿어쓰도. 그리고 심지어 ECR의 바닷가도, 모든 곳이 너무나 반가웠다. 고맙게도 다시 이곳을 찾은 나를 반겨주는 이들과 함께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으면서, 내가 첸나이를 떠난 게 아니라, 잠시 여행을 다녀온 듯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그렇다. 잠시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지금도 눈을 뜨고 일어나면 띠루반미유르 4층에 있는 우리집일 것만 같은데.


다시 찾은 첸나이, 인도. 후덥지근한 공기와 알록달록한 색깔, 사리와 소, 릭샤와 오토바이, 흙먼지 그리고 파란 하늘... 조금만 더 있다가 돌아가면 안 되냐며, 그냥 인도가 좋다는 아이들. 다시 그곳을 찾았다는 것은 언젠가 또 다시 그곳에 갈 수 있으리라는 바람과 희망처럼 남았다. 지금도 나와 아이들은, 우리는, 언젠가 그곳을 또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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