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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패브릭

사계절이 여름이라서 좋은 점이 있다면, 여름옷 하나로 일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가볍고 시원한 여름옷이다 보니 보관하기도 좋다. 겨울 옷에 비해 상대적으로 옷 가격도 저렴한 편이니 여러모로 일석이조다. 인도에 머무는 동안은, 인도 옷을 입는 게 최고다. 패브릭의 질이 너무 좋고 얇아서, 덥고 땀이 많이 나는 인도의 계절에 최적화되어 있는데다, 한국에서는 쉽게 시도해보지 못할 만큼 강렬하고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어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문양의 또 얼마나 다양하고 예쁜지. 우리가 에스닉이라고 하는 모든 패턴과, 일본 패턴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인도에서 시작된 게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서도 흔히 보던 패턴들이 결국 인도의 나무 도장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무척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 그 수를 따지고 보면 사실 굉장히 많지만, 소마와 아노키라는 브랜드가 손꼽힌다. 가격이 매년 턱없이 올라서 마지막 해에는 눈물이 날 만큼 비싸졌지만, 첫 해에는 굉장히 착한 가격에, 착한 품질의 패브릭을 자랑하던 곳이었다. 시내에 있던 아노키는 일본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다. 우리나라 물가에 비교하자면 그렇게 싼 옷이 아니었지만, 일본 물가에 비교하면 어마어마하게 저렴한 옷이었던 것이다.(가끔 부럽다, 일본의 국력!) 신상이 나온 날이면 같은 옷을 입은 일본 엄마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아노키의 모든 패브릭은 매력적이었지만, 나는 특히 가방과 이불, 그리고 패브릭 노트를 좋아했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조금 떨어졌던 소마는, 내가 제일 좋아하던 브랜드이다. 지금 한국 집에도, 방석과 이불, 침대 스프레드와 수건 등 소마의 물품이 가득하다. 꼭 이렇게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길거리든, 시장이든,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인도의 패브릭은 매력적이다. 각종 벼룩 시장에 빠지지 않고 판매하던 '생명의 나무' 아플리케는 일일이 손바느질로 만든 것인데, 한국에서는 베란다 가리개로 사용하고 있다. 인도 문화와 예술에 있어 '생명의 나무'는 빼놓을 수 없는 모티프가 된다. 나도 한때 생명의 나무에 푹 빠져, 생명의 나무 그림만 주구장창 그릴 때가 있었다.


나무 도장으로 천에 일일이 패턴을 찍어내는 장인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나무 도장은 인도 샵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데, 흰색 면으로 된 스카프에 나무 도장으로 문양을 찍어 나만의 스카프를 완성할 수 있는 키트도 있다. 인도에 있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열심히 하고 다녔는데 한국에서는 계절이 애매해 서랍 속에 잠들어 있다.


스카프며 에코백이며, 도톰한 가방들, 그리고 파우치와 손수건까지도. 그 오묘한 색감과 패턴의 조합은 인도를 따라갈 자가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한국에 와서 가장 그리운 것 중의 하나가 인도의 패브릭들인데, 마침 내가 한국에 돌아오고 얼마 있지 않아 멋진 편집숍이 오픈했다. 사직동에 있는 '두 번째 인도'가 그곳이다. 아노키와 소마는 물론, 내가 좋아하던 브랜드인 아지오와 다양한 브랜드들의 각양각색의 물건들을 만날 수 있어 인도 향수를 달래기 좋다. 인도에 살다 온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렇겠지만,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도 인도의 색감에 빠져든다. 아직 인도 패브릭의 매력을 모르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찾아보시길.


날이 조금씩 더워지길래, 나와 신랑의 잠옷을 하나씩 주문했다. 두 번째 인도가 없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인도 잠옷을 말이다. 화사한 인도의 색감과 입지 않은 것처럼 가벼운 인도의 천, 인도의 그 냄새가 너무 좋아, 인도 꿈을 꾸면서 꿀잠을 잤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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