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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티스트

나의 첸나이 아지트

늦잠을 자고 일어난 일요일, 늦은 아침, 이른 점심인 브런치를 하러 가는 걸 좋아했다. 우리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보니 자주 가던 곳은 아니었지만, 특별한 약속이 있거나 특별한 일이 있으면 꼭 이곳을 찾았다. 첸나이 북쪽, 로야페타에 있던 아메티스트이다.


사계절 내내 여름은 정말 힘겹다. 생전 낮잠이라고는 몰랐던 내가 첸나이 생활을 하면서 낮잠을 찾게 되었고, 더위에 잠을 설치다 보니 늦잠도 제법 자주 자곤 했다. 덥거나,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에 질리거나, 잠자리가 쉽지 않았다. 제법 바지런한 편인 나도 그곳에서는 늘어져 있기를 좋아했다. 인도 사람들이 왜 게으른지 살다 보니 이해가 될 법도 했다.


그렇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면, 밥을 준비할 때를 놓치곤 한다. 주말을 핑계로 아메티스트로 향한다. 아메티스트는 첸나이 도심 속의 아름다운 정원이다. 와일드 가든이라는 이름답게 열대 식물들이 가득해 온 사방이 초록빛이다. 예전에 이곳은 곡물 창고가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영화감독인 Kiran이, 이곳을 오픈 아트 갤러리로 꾸민 곳이다. 레스토랑 겸 카페뿐만 아니라, 첸나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집과, 다양한 책과 예술 작품을 판매하는 숍, 부띠끄 숍이 함께 딸려 있는 곳ㅇ다.


식물의 광합성 덕분인지 공기도 특히 맑고 시원하다. 에어컨이 없는 야외에 앉아도, 선풍기만 틀어두면 쾌적하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색색깔의 이름 모를 열대 꽃들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선명하고 생생한 색을 뽐내며 피어오른다.


강아지와 고양이, 이름 모를 새들,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의 굴, 이곳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모험의 시작이다. 아메티스트에 간다고 하면 주머니에 노트와 연필, 돋보기와 물통 등을 챙기며 팔짝팔짝 뛰던 아이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이곳의 피자와 파스타가 맛있다며, 밥순이인 큰 아이도 여기서만큼은 제법 먹는다.


흰 살 생선을 적당하게 구워, 매쉬드 포테이토 위에 구운 채소를 곁들여 나오는 생선 요리라든지, 구운 컬리플라워에 소스를 적당히 얹어 나오는 컬리플라워 스테이크, 구운 채소가 듬뿍 곁들여서 나오는 치킨 스테이크도 일품이다. 마무리는 커피 한 잔에 레드벨벳 케이크. 이곳을 종종 함께 찾던 친구가 있었다. 추억 속의 장소에, 추억의 누군가가 있다는 건 참 낭만적이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인도에서 나의 모든 추억의 장소에는 우리 아이들이 함께였다. 나만큼 아이들에게도 행복한 추억이겠지 싶어 슬그머니 물어본다. 아메티스트가 기억이 나냐며. '당연하지, 거기 엄청 맛있었는데! 고양이도 있고, 탐험도 할 수 있고! 또 가고 싶다!'라고 소리치며 추억팔이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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