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가네샤 생일

일 년 중에서 아이들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이 돌아왔다. 매년 8월 혹은 9월에 있는 가네샤 생일(Ganesh Chaturthi)! 생일날 하루 이틀 전부터 첸나이 시내가 분주해진다. 아이들은 하나, 둘, 보이는 가네샤 생일을 위한 아이템들이 길거리에 보이면, 환호성을 지른다. 생일 당일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 시장에 들러 가네샤의 생일 준비를 한다. 차에서 내린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길거리 노점상에 들러 가장 마음에 드는 가네샤를 고른다. 우리집으로 모셔갈 가네샤가 간택되는 순간이다.


흙으로 빚은 가네샤를 초벌구이한 신상들이 길거리에 가득하다. 신상을 집에 잘 모셔둔 다음, 생일날로부터 열흘이 지난 후 바다에 신상을 던지는 것이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이다. 열흘간 우리집에 행복과 번영을 빌어준 가네샤를, 신들이 있는 곳으로 돌려보내드리기 위함이다. 바다에 빠트리는 행위는 정말 멋진 전통이지만, 요즘은 흙이 아닌 플라스틱과 다양한 페인트칠을 한 가네샤 신상이 등장하는 바람에 바다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전통은 전통대로 지켜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예전처럼 흙으로만 빚은 가네샤라면 그 어떤 문제도 없을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첸나이 전역에 있는 템플들이 커다란 가네샤 신상을 트럭에 싣고 바다로 향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경찰의 일사불란한 손짓 하에 트럭들은 바다로 향한다. 덩달아 신이 난 우리들도 바다로 향한다. 긴 해변을 가진 첸나이인지라, 가네샤 신상을 던지는 장소가 정해져 있다. 그곳에는 커다란 신상을 들어올릴 수 있는 크레인도 준비되어 있다. 보통은 건장한 성인 남성들이 다 함께 신상을 들고 와- 함성을 지르며 바다로 달려가 던지곤 한다. 그 옆에서는 우리처럼 흙으로 빚은 작은 가네샤 신상을 들고 온 개인들이 가네샤를 바다에 풀어주고, 그 앞에서 촛불과 꽃으로 봉헌하며 혼자만의 작은 푸자를 올린다. 


가네샤는 지혜와 번영을 가져다 준다고 알려진 힌두교의 신이다. 전설에 따르면, 시바의 아내인 파르바티가 시바신의 부재 중에 목욕을 하기 위해 흙으로 사람을 빚어 자신의 아이로 삼고, 목욕을 하는 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앞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긴 수행을 마치고 돌아온 시바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을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아이의 목을, 잔인하게도 베어버린다. 이를 발견한 파르바티는 눈물로 호소하고, 시바는 숲에서 처음 만난 동물의 목을 붙여 살려주기로 약속하는데, 그것이 바로 코끼리였던 것이다. 그래서 무루간과 함께 가네샤는 시바와 파르바티의 아들이 되는 셈이다.


익살스러운 코끼리 머리와 작은 몸을 가진 가네샤는, 덩치에 맞지 않게 쥐를 타고 다닌다. 늘 작은 쥐와 함께 표현되는 가네샤는 정말 해학적이다. 달콤한 인도 스위츠인 라두를 좋아해서 라두와 함께 종종 그려지기도 한다. 번영을 가져다 주는 신인 만큼 집의 입구에 신상이나 그림을 많이 걸어두는데, 재물의 번영을 바라는 상점들에는 가네샤 신상이 빠지지 않는다.


가네샤 생일로부터 열흘 째 되는 날, 아이들은 바닷가에서 자신의 가네샤를, 못내 아쉬워하면서 바다에 흘려 보내준다. 인도에 있는 동안 우리집에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준 고마운 가네샤, 라고 인사하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인도의 패브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