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일상찻집 Tea Letter 12호] 차란 무엇인가?

일상찻집 Tea Letter 12호
차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길고 길던 후덥지근한 날씨가 지나고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 날씨는 아무래도 차보다는 아아를 생각나게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꼭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아침을 시작했지요. 

가끔 에어컨 아래 마시는 뜨거운 차 한 잔도 꽤나 즐거운 사치가 되어주곤 했거든요.


날이 선선해지니 오히려 여름의 더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가 쉬운 것 같아요.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여름은 정말 더워도 너무 더웠거든요.




잠시 지난 여름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해보면, 

한여름 중국 여행에서 참으로 인상 깊었던 점이 있었어요.

그 어떤 음식점을 가도, 그 어떤 쇼핑몰을 가도, 에어컨이 빵빵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인 건강에 대한 생각에 대한 가치관이 참 강한 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뉴스로만 말하고 실천하지 않고 있는, 

실내온도와 실외온도 차이를 극명하게 좁혀 두었습니다. 


인구 수가 훨씬 적은 우리나라가 에어컨 사용량은 훨씬 더 많을 것 같다 싶을 정도여서 

대단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어딜 가나 긴팔옷을 꼭 챙겨야 하는 

아이러니한 우리나라의 여름이 비교가 되어 씁쓸하기조차 했습니다.


이제 창문을 열어두면 산바람이 제법 시원하게 들어와 차 한 잔 하기 더없이 좋은 날씨입니다. 

추위가 느껴질 정도의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따스한 차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차'라는 단어를 생각보다 자주 사용합니다. 

'차 한 잔 할까?' 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꼭 차를 마시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우리가 말하는 '차'는 과연 무엇일까요?


모든 단어가 그러하듯 '차(tea)'라는 단어에도 정의가 있습니다. 

가장 쉽게 말하자면 차는 차나무의 잎을 가공해서 음료로 만든 것을 뜻합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더 넓은 의미로 음료의 총칭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상 생활에서는 음료의 총칭으로, 

제가 티마스터로 일하는 분야에서는 조금 더 좁은 의미의 

'차나무의 잎을 가공한 음료'라는 뜻으로 사용하게 되지요.


한국에서 사용하는 넓은 의미의 차에는 커피도, 숭늉도, 허브차도, 

모든 종류의 음료가 포함이 되지만 

실제로 차의 의미는 차나무의 잎을 재료로 한 것에 국한됩니다. 


차나무라 함은 카멜리아 시넨시스 혹은 여기서 파생된 학명을 지닌 나무를 뜻합니다. 

Cameillia는 동백나무라는 뜻이고 Sinensis는 from China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나무는 학명에서부터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지요.


우리나라 하동, 보성, 제주 등지에 자라고 있는 차나무는 Camellia sinensis var sinensis 라고 합니다. 

중국 차나무가 우리나라에 정착해서 또 다른 종이 되었다는 뜻이지요.




이렇게 차나무로 만들어진 차가 바로 

녹차, 백차, 황차, 청차(우롱차), 홍차, 흑차(보이숙차가 여기 포함됩니다) 6대 다류라 일컫는 차입니다. 

6대 다류를 처음으로 만든 것도, 유일하게 다 만들 수 있는 것도 모두 중국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차의 다양화가 가속화되어 현재 녹차, 백차, 청차, 그리고 흑차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차를 베이스로 하여 블렌딩을 하거나 향을 입힌 차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자스민차라고 부르는 화차(보통 녹차, 백차, 홍차를 기본으로 합니다), 

혹은 얼그레이, 복숭아 가향 홍차 등의 차들은 가공다류로 분류가 되어 

이 역시 차의 범주에 속하게 됩니다.


이렇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차의 범주에 속하는 차는 성질이 다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료가 차나무의 잎이기 때문이지요. 


카페인이 없는 루이보스차나 민트차, 캐모마일차.... 

이런 차들은 제가 말하는 차의 범주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허브차, 대용차, 꽃차.... 이들은 넓은 의미의 '음료'에 들어가는 차가 되는 셈이지요. 


그리고 차나무로 만들어진 차들은 모두 커피보다는 확연히 덜하지만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더 좋은 유효성분들도 많이 있지만요.




티클래스를 하거나 차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이 차에 대한 정의입니다. 

내가 배우고자 하는 것을 잘 알아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겠지요.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차와 삶은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인생에서 어떤 단계로 도약하려고 할 때, 혹은 그저 인생을 살아갈 때에도, 

내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제가 리더로 있는 독서모임에서 인문고전을 함께 읽고 있는데 

수많은 이야기는 한결같이 한 가지 이야기로 귀결이 되더군요. 

네 자신을 알라.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제 자신을 다시금 파헤쳐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할일이 산적해 있지만, 그래도 내 자신과 대화해보는 시간은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매일 차 한 잔 마시는 시간만큼이라도 말이지요.


차 한 잔의 여유를 전해드리며, 오늘도 평안한 하루 되시길~!

이전 11화 [일상찻집 Tea Letter 11호] 문향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