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관음(鐵觀音, Tieguanyin)은 중국 푸젠성 안시현에서 유래한 대표적인 우롱차(청차)로 민남 우롱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철의 관세음보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차로, 중국에서 시작되었지만 같은 품종을 이식하여 대만 등 동남아시아에서 등지에서도 널리 재배되고 있지요.
동글동글 구형 혹은 반구형으로 말려 있는 것이 특징이며 우려내면 커다란 잎이 드러나 '미역' 같다는 표현을 참 많이들 하십니다. 찻잎도, 탕색도, 엽저도 녹색을 띄다 보니 녹차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많지만, 철관음은 반발효차인 청차, 즉 우롱차에 속하는 차입니다.
반발효차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발효와 관련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산화와 관련이 되어 있기에 반산화차라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롱차는 녹차와 홍차의 사이에 있는 반산화차입니다.
철관음은 맑고 깨끗하고 향기로운 차입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여전히 선선한 산바람이 불지만 여름 공기가 피부로 느껴지는 6월이 되니 평소에 잘 찾지 않던 철관음을 자꾸만 꺼내게 됩니다. 개완에 넣어 힘껏 흔들어 향기를 맡으면 꽃향기가 스물스물 훅하고 들어옵니다. 사춘기에 들어서 잠이 부쩍 많아진 아들은 테이블에 앉아 철관음 향기에 잠이 깬다고 합니다. 한 시간, 두 시간씩 마주앉아 차를 마시던 예전이 그립지만 짧게라도 여전히 매일 아침 마주앉아 차를 마실 수 있음에 감사해봅니다.
모든 철관음이 관음운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품종과 떼루아, 제다방법을 지켰다면 분명히 맑고 청아하고 고고한 향기가 입과 코를 감탄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좋은 차가 그렇듯, 마시고 나면 목구멍 뒤에서 올라오는 단맛에 혀 전체가 촉촉해지고 입안이 개운하고 깔끔해지지요. 은은하게 퍼지는 난향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잘 익은 살구 한 알과 견과류, 퀴노아로 만든 상큼한 샐러드와 당근라페를 곁들였습니다. 입안에서의 조합이 참 좋아 절로 미소가 지어졌지요. 모든 음식과 모든 차가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니지만, 또 안 어울리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맛의 포인트를 집어내 서로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궁합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티페어링의 묘미이기도 하지요.
철관음은 이 여름과도 꼭 어울리는 참으로 맑고 향기로운 차입니다. 내일은 철관음보다 등급이 한층 높은
화향 철관음을 꺼내어 마셔야겠습니다. 주말을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