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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나이 잉글리시 클럽

CEC

타지에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은, 바로 사람이다. 동시에 가장 의지가 되는 것도 사람이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좋은 마음을 담아, 재능 기부란 걸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단순히 어울려 하하호호 떠드는 모임 말고, 조금 더 생산적이고 실용적인 모임을 가져보자고. 그래서 시작한 게 바로 CEC, 첸나이 잉글리시 클럽이다.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하는 건 아니지만, 비교적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던 나는, 인도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장애가 되곤 하는 영어를 배우는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영어를 배우며 친목도 쌓고, 친목을 쌓으며 정보도 교류하고,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되는 그런 만남을 하고 싶었다. 영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무척 많았다.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내가 제안하는 조금 더 편안한 친목 영어 교실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첫 조건은, 영어를 무척 힘겨워하는 초보자들, 그리고 구성은 한국인 4명, 일본인 4명. 아무래도 비슷한 문화를 가진 한국 사람들과 일본 사람들은 제법 쉽게 어울리고 친해질 수 있기에 영어를 배우는데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서로 다른 국적이어야만 모국어가 남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CEC는 일주일에 한 번, 매번 두세 시간 정도 진행되었고, 각자 그날의 간식을 성심성의껏 들오고는 것으로 수업료를 지불했다. 다들 영어 배우기에 목말라하던 이들이라, 무척이나 열정적이었고 매주 있는 간단한 테스트도 열심히 준비해왔다. 다들 수다를 떨어도 영어로 말해야 했기에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기 좋았고, 영어로 말하는데 쉽게 익숙해졌다. 내가 늘 강조했던 점은, 영어를 틀리는데 절대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기였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이만큼이라도 할 수 있다는데, 자랑스러워하라며 말이다.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다들 실력이 쑥쑥 늘어서 가르치는 입장에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CEC는 내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까지 2년 이상 수업이 계속되었고, 주재원의 주재 기간 때문에 중간에 한국인 멤버, 일본인 멤버들이 바뀌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우리는 열심히 영어를 배우고 즐겼다. 이들과의 마지막 점심 식사도 잊을 수 없는 자리였다. 첸나이에서 가장 좋다는 호텔 중의 하나인 릴라팰리스에서, 다들 인도 전통 옷인 사리를 입고 에쁘게 치장하고 만나 우리의 마지막을 축하하고, 우리의 영어 실력을 축하했다. CEC를 멋지게 운영해주어 고맙다며, 생각지도 못한 꽃다발과 깜짝 선물을 한아름 안겨준 덕분에 눈물이 빵 터지기도 했다.


영어라는 외국어를 통해서, 우리는 문화를 교류하고, 감정을 공유하고, 경험을 함께 쌓았다. 우리가 나누었던 일본과 한국의 이야기라든지, 매번 깜짝 놀라곤 했던, 한자를 사용하기에 가능한, 일본어와 한국어의 공통점(삼각관계가 일본어로도 삼각관계였다!!) 한국에서는 구경도 못해본 질 좋은 사케와 일본 친구들의 눈이 동그래진 처음처럼 청포도맛... 이토록 수많은 이야기와 많은 시간을 우리는 영어로 향유했던 것이다. 보고 싶은 CEC 멤버들, 이제 다들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각자의 자리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또 다시 만날 그날을 기다리며. See you soon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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