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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도 여행 - 뱅갈로르

남인도의 신도시

첸나이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네다섯 시간 직진하면 카르나타카 주의 신도시 뱅갈로르가 나온다. 첸나이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첸나이보다 훨씬 좋은 환경을 가진 골프장을 찾아, 혹은 첸나이에는 부재 중인 신도시의 신문물을 찾아 뱅갈로르를 여행한다.


그도 그럴 것이 뱅갈로르에는 첸나이보다 훨씬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는 놀이동산도 있고, 첸나이에서는 결코 찾아보기 쉽지 않던(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펍이라던지, 브루어리가 갖추어진 수제 맥주를 판매하는(마치 강남역처럼!) 맥주 바도 있고, 쇼핑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훨씬 다양한 브랜드를 선사해주는 쇼핑몰이 있고, 첸나이보다 다양한 한인 음식점이 있고, 핸드 드립이나 로스팅을 세련되게 하는 카페도 있고, 하드록 카페 같은 맛있는 레스토랑들도 거리에 흔히 볼 수 있었고, 힙하다는 인도의 티 브랜드나 티숍들도 있었다. 한 마디로 첸나이 촌사람들이 뱅갈로르에 상경하면 눈이 돌아가는 그런 도시였다.


이런 도시의 감성을 즐기러 놀러가곤 했던 뱅갈로르에서 내가 참 좋아하던 곳은 뱅갈로르 팰리스라는 성이다. 현재는 마이소르 궁전의 소유주와 같은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성이라고 하는데, 워낙 성주자 자주 바뀌어 다양한 국적과 다양한 시대의 그림과 소품들이 가득한 곳이다. 햇살 좋은 작은 정원도 있고 구경할 거리들이 가득해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 참 좋다. 


팰리스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오디오를 하나씩 손에 들고 탐험을 시작했다. 멋진 가네샤 그림 한 점이 우리를 맞이해준다. 성벽을 가득 메운 그림을 하나씩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북인도 라자스탄의 웅장한 성에 비하면 작고 아담한 규모의 성이지만, 아기자기하고 부담없이 거닐기 좋은 장소이다.


그리고 산차 티 부티크. 차에 관심이 있는지라 들렀다가 반했던 곳이다. 압끼빠산드라는 인도의 오랜 브랜드의 자회격인데, 압끼빠산드가 무게감이 있고 진중하다면, 산차는 훨씬 발랄하고 아기자기하고 젊은 분위기를 내세운 브랜드있다. 첸나이 피닉스 몰에도 작은 규모가 하나 생겼지만, 뱅갈로르 점이 훨씬 넓고 구경할 것도 많다. 산차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브랜드 중의 하나인데, 제법 다양한 티 라인들을 구비하고 있고, 인도 자체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향신료를 활용한 블렌디드 티도 잘 만든다. 다즐링 화이트 티와 사프란이 들어간 다즐링의 백차, 사프란 마살라 짜이는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늘 전해주는 나의 추천 목록이다.


지금의 첸나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뱅갈로르가 예전 만큼 동경의 대상은 아니지만, 여전히 첸나이의 올드 타운에서 벗어나 업타운로 떠나고 싶을 때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뱅갈로르에서 수제 맥주를 맛보며, 고작 수제 맥주에 온 세상을 가진 것처럼 즐거워하던 그 마음,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확실하던 뱅갈로르 식당 앞의 공터를 마음껏 뛰어다니며 행복해하던 아이들의 그 마음, 인도였기에 가질 수 있었던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수돗물로 양치를 하고,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배송이 되고, 놀이터가 있고, 도서관이 있는, 지금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마땅하기보다는,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건 바로 인도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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