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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인도 여행 - 타지마할

인도 땅을 밟는 순간부터,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신랑과 함께 가겠다는 이유로 미루고 미루었던 타지마할. 드디어 타지마할을 만나러 간다.


타지마할을 보지 않고 인도를 떠나면, 반드시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은 우리 아이들은 인도로 다시 오기 위해서 타지마할을 보러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만큼 인도에 대한 애정이 컸던 것이리라. 타지마할을 보고 떠나도 돌아오는 사람들은 많다는 말로 달래면서, 함께 델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첸나이에서 델리로, 델리에서 자동차로 아그라까지. 타지마할을 만나러 가는 여정이었다. 인도하면 타지마할, 타지마할하면 인도라고 할 만큼 잘 알려져 있는 타지마할은, 놀랍게도 이슬람 건축물이다. 타지마할뿐만이 아니라 델리의 명소인 꾸뜹미나르도 마찬가지이다. 힌두교가 국교인 인도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이슬람 양식이라는 건 슬쩍 들으면 놀랍지만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이슬람의 지배를 오래도록 받았고, 번성했던 땅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알암브라 궁전이, 국교인 카톨릭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양식인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우리가 머문 숙소는, 타지마할 이스트게이트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더 코랄 코트 홈스테이였는데, 인도 스타일의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들어 예약했는데 결과적으로 온 가족이 만족하던 곳이었다. 인도풍의 벽화며, 아기자기한 내부 인테리어가 완전히 내 스타일! 웰컴 드링크로 마살라 짜이를 시켰는데 아이들이 맛보더니 맛있다며 호로록 흡입해버렸다.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여행지에서 무척 중요한 조식도, 인도 음식과 컨티넨탈이 함께 나와 취향에 따라 배불리 먹을 수있었다. 루프트 탑에서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타지마할을 감상하고 신랑과 보드카를 한 잔 하면서, 옆에 앉은 외국인들과 잠시 수다도 떨다 이른 새벽의 기상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직은 어스름한 새벽녘, 5시부터 바지런히 사리를 차려 입고 길을 나섰다. 타지마할 앞에서는 꼭 사리를 입고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싶었다. 이른 새벽이었지만 타지마할을 보겠다는 일념하에 아이들도 불평 없이 열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드디어, 타지마할이 눈앞에 들어왔다. 가까이에서 마주한 그 웅장함과 위엄, 아름다움은 사진으로 보았을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잠시 그 아름다움을 넋을 잃고 바라본 후에야, 신랑과 샤자한의 세기의 사랑(?)을 위하여 희생되었을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래서 이곳이 더 아름다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만감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갔던 날은 운 좋게도 세계 문화 유산의 날이라고 해서 타지마하 입장료가 무료인데다가, 평소에는 공개되지 않는 지하 무덤까지 공개가 되던 날이었다. 타지마할 꼭대기를 손으로 잡는 사진을 남기자 했더니 갑자기 신난 아이들과 한참 사진을 찍다 보니 동쪽 하늘에서 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스름한 새벽에 태양의 빛이 스며들어 또 다른 타지마할의 모습이 드러났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색깔과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는 타지마할, 과연 그렇게 갖은 찬사를 늘어놓을 만한 건축물임은 틀림없었다.


타지마할을 지은 장인들은, 다시는 똑같은 건축물을 짓지 못하게 하기 위해 샤자한이 그 손목을 다 잘랐다는 끔찍한 이야기가 있다. 영원한 사랑에 대한 찬사가 가득한 아름다운 타지마할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그 잔인함이 안타까웠다.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깊이, 타지마할을 보고 관찰하면서 시간을 나누고 싶었다. 이렇게 오직 타지마할을 만나기 위한 숙제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아그라에 오래 살았던 지인분께서 하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떤 장소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기 위해서는 머물러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든 한 번의 여행과 한 번의 방문은 너무 아쉬울 따름이라는 생각에. 그래도 그런 아쉬움이 있기에, 여운이 있기에, 또 다시 찾게 되리라 느껴졌던 타지마할의 첫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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