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찾아가기 힘든 성지순례지, 그곳이 바로 이곳 인도하고도 첸나이이다.
첸나이는 자그마치,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의 한 명인 사도 도마가 순교하신 곳이다. 천주교를 탄압할 때 숨어 지내시던 동굴이며, 기도하던 곳, 그리고 순교하신 후 묻히신 곳까지, 전부 다 이곳 첸나이에 있다.
첸나이의 샌톰 성당은 성지순례지이자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다. 성 도마의 시신이 묻힌 곳에 교회를 지었다고 해서 첸나이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곳을 꼭 들른다. 첸나이에 있는 그 어느 성당의 성물방보다 큰 성물방이 있기도 하다.
사실 첸나이 사람들에게, 종교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다들 '크리스천'이라고 대답을 한다. 우리로 치자면 신교인 기독교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크리스천이 결국 천주교인 카톨릭을 뜻한다는 것은 이들의 교회를 가보면 안다. 사리를 곱게 차려 입은 성모 마리아 상이 교회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구교와 신교를 명확하게 구분하지만, 인도에서는 대부분이 구교인 카톨릭이며, 스스로를 크리스천이라고 부른다. 잠시 종교 얘기를 하자면, 인도에서 가장 많은 종교는 당연히 힌두교이고, 그 다음으로 무슬림, 크리스천(물론 구교인 천주교이다)이 뒤를 따른다. 유럽의 지배를 받았던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샌톰 성당 외에도, 성 도마께서 숨어 지내시던 동굴 옆에 지은 성당도 첸나이에 위치하고 있으니 성지순례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곳곳을 찾아가보시길 바란다.
샌톰 성당 뿐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치유의 성모님으로 유명한 나주의 한 성당의 성모상처럼 첸나이 베산트나가르에 위치한 안나 발랑카니 성당의 성모님도 치유의 성모님으로 유명하다. 시즌이 되면, 인도 각지에서 붉은 옷을 입은 성도들이 맨발로 걷고 또 걸어 이곳을 찾아온다. 성모상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모든 병과 근심이 치유된다고 굳게 믿는다. 걷지 못하는 아이를 업고 아이의 치유를 바라며 걸어오는 부모들, 다리에 힘이 없어 걷지 못하는 노모를 리어카에 싣고 끌고 오는 아들과 며느리, 가족의 건강을 바라며 어린 아이들까지 손을 붙들고, 업고, 안고를 반복하며 걸어오는 사람들...
그만큼의 믿음과 정성을 잊은 지 오래인 나 같은 도시인들은, 그런 모습들이 때론 헛된 꿈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이제는 안다. 그런 간절함과, 간절함을 쏟아부을 수 있는 그 시간이란 것이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는 무조건적으로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시간을 들일 수 있는 그들이 진심으로 위대해 보인다.
나는 지금 한국에 돌아와, 차와 인도 민화, 인도 그림들을 접목시킨, 현대인들을 위한 힐링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인도인들의 이같은 힘을 보면서 이 수업을 구상했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 mindfulness. 우리에겐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며, 이것을 채워가는 것이 바로 우리가 찾고자 하는 힐링이자 여유이자, 작은 위안이라는 것. 그 사실을 나는 첸나이의 성지 순례에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