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갈

인도의 추석

by 티마스터 바유

남인도, 특히 타밀나두 주에서 한 해의 시작에는 뽕갈이 있다. 인도는 워낙에 다양하고 큰 나라이다 보니, 축제조차도 통일되어 있지 않다. 뽕갈은, 북인도에서는 그 이름을 들어보기 힘들지만, 남인도에서는 최대의 축제 중의 하나이다.우리나라로 치면 추석으로 수확의 기쁨을 축하하며 신께 감사드리는 기간이다. 뽕갈은 타밀어로 바글바글 끓인다는 뜻인데, 보기(Bhogi), 타이 뽕갈(Thai Pongal), 마뚜 뽕갈(Mattu Pongal),카눔 뽕갈(Kaanum Pongal) 4일에 걸쳐 축제가 열린다.


첫날인 보기는 쓰지 않는 오래된 물건들을 소똥과 나무를 넣어 전부 태워버리는 의식을 한다. 현재는 너무 심한 공해를 유발하고 있어 정부에서 자제를 시키고 있으나, 전통을 중시하는 이들은 여전히 하늘이 부옇게 되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물건을 태우곤 한다. 이날은 새벽부터 곳곳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고, 덕분에 비행기 지연이나 결항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둘째 날인 타이 뽕갈에는 초벌구이한 흙그릇에 쌀과 우유를 바글바글 끓여내어 태양의 신에게 헌정하는 의식을 한다. 또 이른 아침 여인들은 정갈하게 몸을 씻은 후 파우더로 집앞이나 템플 앞에 손으로 색색의 꼴람(랑골리)을 그린다. 이른 아침 집앞에 꼴람을 그리는 일은 이들에게 매일의 의식이지만, 뽕갈만큼은 색색의 화려한 가루를 활용해서 뽕갈에 어울리는 특별한 꼴람을 그린다.


셋째 날인 마뚜 뽕갈에는, 소의 뿔을 색색으로 칠하거나 화려한 종과 장식을 달아 소에게 감사하고 축하하는 날이다. 소는 잘 알려진 것처럼 인도인들에게 무척이나 신성한 존재인데, 인도에서 가장 추앙받는 신 중의 하나인 시바 신이 타고 다니는 동물이기도 하다. 전설에 따르면, 시바 신이 바사바라는 소에게 명을 내렸는데, 땅으로 내려가 사람들에게 매일 몸을 닦고 오일마사지를 하되, 식사는 한 달에 한 번만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사바는 실수로, 한 달에 한 번 몸을 닦고 오일마사지를 하고, 식사는 매일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시바는 이에 화가 나 앞으로 소는 사람들이 작물을 수확하도록 평생 쟁기질을 하도록 벌을 내렸다고 한다. 그런 소를 기리기 위한 날이 바로 마뚜 뽕갈이다.


넷째 날인 카눔 뽕갈은, 달콤한 스윗 뽕갈을 만들어 가족들과 함께 모여 나눠먹는 날로, 온 가족이 모여 명절을 즐기는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뽕갈이 되면 나는 카메라를 대동하고 동네 산책을 나가곤 했다. 크고 긴 명절인 만큼, 뽕갈은 몇몇 템플을 제외하고는 제법 한적하고 평화로운 모습이다. 거리에 차나 릭샤, 오토바이가 별로 없어 걸어다니기도 좋고, 집집마다 화려하게 그려진 뽕갈 꼴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꼴람을 구경하다 보면, 그런 외국인이 신기한지 친절한 남인도인들은 서로 다투어 나를 집으로 초대한다. 집에 들어가 스윗 뽕갈이나 빠야섬과 같은 달콤한 전통 음식들을 대접받고, 내가 좋아하는 홈메이드 짜이도 한 잔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온다. 몇 마디 아니어도, 아는 타밀어를 동원해서 한 마디씩 해주면 순박한 그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첸나이 마일라포르에 있는 템플에서는 매년 이맘 때쯤 꼴람 대회를 열곤 한다. 수백 만의 인파가 몰려와 순식간에 꼴람을 그려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남인도의 전통과 문화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꼭 이곳에 가보길 추천한다.


매 해가 시작되면, 이렇게 난 뽕갈을 기다린다. 뽕갈의 매케한 연기를 피해 외국으로 피신가는 친구들도 많지만, 나에게 뽕갈은 인도인들 문화를 고스란히 느끼며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시즌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인도 생활의 마지막 해에, 뽕갈 직전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이 무척이나 아쉬웠고 말이다. 길거리에 그득한 알록달록한 뽕갈 꼴람과, 그들의 순박하고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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