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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같은 하루

에스닉 익스피어리언스

결혼 10주년을 첸나이에서 맞게 되었다. 특별한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인도 전통 의상을 입고 가족 사진을 찍기로 했다. 집 근처에 의상과 촬영, 헤어까지 서비스해주는 에스닉 사진관이 있어 그곳에서 잊지 못할 가족 사진을 찍었다. 인도인으로 변신한 우리의 결혼 10주년 사진 덕분에 상기다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상기다는 에스닉 익스피어리언스를 운영하는 인도 친구이다. 나처럼 인도인으로 변신한 후 기념 사진 촬영도 할 수 있고, 다양한 인도 문화를 경험해볼 수도 있는 공간이다. 참 고맙게도, 상기다는 한국 복귀를 앞두고 있는 나에게, 우리 우정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선물 같은 하루를 제공해주었다.


이른 아침 그녀의 집을 방문한 나는, 그녀의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녀 어머니의 주방에 들어가 몇 안 되는 타밀어로 대화를 나누며, 내가 좋아하는 팔락 커리(시금치 커리)와 짜빠띠, 디저트인 라바 케사리 만드는 법을 배웠다.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하는 방법과 맛있는 짜이 만드는 비법도 함께 전수받았다. 고슬고슬 밥이 지어지자마자, 상기다의 어머니는 밥을 한 그릇 퍼서 창 밖으로 내놓는다. 사람은 자연과 동물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고, 늘 그 자연에게 감사해야 한다면서, 새들에게 주기 위한 밥이라고 했다. 밥을 지으면 늘 이렇게 한 그릇은 새들에게 나누어준다면서. 새삼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 감탄했다.


맛있는 음식이 완성되고, 우리는 함께 손으로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도 생활의 마무리는 어떻게 되어가는지, 아쉽지는 않은지 묻는 그녀에게 난 이곳에 꼭 다시 돌아올 거라고 답했다. '유진, 넌 분명히 다시 오게 될 거야, 난 알아'라고 말하던 그녀의 말이 사실이 될 거란 걸 난 이때부터 직감했던 것 같다.


아침마다 꼴람을 그리는 인도 여인들의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상기다는 꼴람 그리는 방법의 기초를 하나 하나 가르쳐주었다. 어릴 때부터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란 그들,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그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는 그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지만, 새로운 배움은 언제나처럼 늘 즐거웠다. 못생겼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완성한 꼴람 사진을 찍고 나니, 작은 콘서트가 열렸다.


상기다의 어머니는 음악을 오래 하셨다고 한다. 반주도 없이 즉석에서 시작된 그녀의 가락은 구슬펐지만 아름다웠다. 먼 허공을 응시하며 우아하게 가락을 뽑아내는 그녀의 모습은 잊을 수 없을 만큼 고고했다. 뜻은 알 수 없었지만, 그 노래가 마음을 가득 채워주었다.


떠나는 나에게, 상기다는 봉투를 하나 건넸다. 짜이를 마시는 전용 컵과, 내가 좋아하는 스낵인 아빨람, 쉽게 꼴람을 그릴 수 있는 틀이 들어 있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겠다며, 상기다리는 그렇게 나에게 첸나이에서의 잊지 못할 선물 같은 하루를 선사해 주었다.


첸나이에서 다양한 인도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꼭 상기다를 찾길 바란다. 마음 넉넉한 그녀와 그녀 가족의 환대로 풍족한 남인도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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